가설구조·안전시설 설계 반영
현실 모르는 과도한 규제 비판
‘건설안전특별법’(이하 특별법)은 현재 건설엔지니어링업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다. 발전방안이 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특별법은 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 ‘악법’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별법에 대한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는 회원사들의 의견을 취합해 국회와 국토교통부에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 특별법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면서 고개를 들었다. ‘건설현장 안전 강화’라는 목적을 지니고 있는 이 특별법을 두고 업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또 다른 무거운 규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가 가장 문제로 삼는 부분은 ‘건설사고 예방에 필요한 가설구조물과 안전시설물 등을 설계도서에 반영하여야 한다’는 조항이다. 특별법은 설계자의 안전관리 의무 중 하나로 이 조항을 제시했다.
하지만 업계는 이 문구가 현실을 담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을 내고 있다. 목적구조물이 아닌 가설구조물을 설계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으며, 제대로 담지 못하면 제재까지 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이 조항대로라면 엔지니어링사는 설계 착수 과정에서 3∼4년 후 시공사가 쓸 가설물까지 예상해야 한다는 것인데, 수없이 바뀌는 현장여건을 어떤 방식으로 예측해 반영하라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토로했다.
이어 설계자가 공사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등 안전관련 정보를 발주자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토록 한 조항도 문제로 꼽았다. 업계는 안전관련 정보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해 공사 참여자별 업무와 책임을 명확하게 한다는 특별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설계도서 안전성을 국토부와 발주처에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은 건설기술진흥법(설계의 안전성 의무 검토)과 중복이라는 이유에서 철회를 요청했다.
업계는 감리자의 공사중지에 대한 기준(감리자는 그 명령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때에는 그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감리자가 타당한 이유를 지니고 공사중지를 해도 발주처가 추후 공기지연과 예산낭비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해당 조항을 ‘감리자의 명령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만 그 손해에 대한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상세한 조항과 함께 준비 과정에 대해서도 업계는 불만을 내고 있다.
한 엔지니어링사 대표는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안전법)이 건설근로자 안전을 위한 다양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왜 굳이 건설부문만 따로 떼 안전특별법을 만들려고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별법 제정 전에 건설안전사고에 대한 정확한 원인 및 관련 조사 등이 필요하지만, 해당 절차가 없었다”며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는 말이 있듯이 졸속으로 만든 특별법은 분명 적지 않은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안전법을 관할하는 고용노동부도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는 분위기다. 고용노동부 측은 “‘건설안전’이라는 부분을 두고 안전법과 특별법이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는 곧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대 배경을 밝혔다.
최남영기자 hi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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