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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파업공화국 부추긴 건 결국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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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1-25 08:24:28   폰트크기 변경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뒤숭숭한 가운데, 때아닌 동투(冬鬪) 바람이 거세다.

민주노총은 25일부터 정부가 추진 중인 노조법 개정을 저지한다는 명목으로 총파업과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강행할 예정이다. 코로나19 3차 확산 우려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도 붉은 머리띠를 바짝 동여맬 기세다. 파업의 사유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최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안과 함께 협약 내용을 반영한 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노조법 개정안은 노동자 권익보호가 핵심이다.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 결사의 자유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 파업시 사업장 점거를 금지하는 등 경영계 요구를 일부 반영했다. 민노총이 파업에 나서는 건 바로 이 대목이다. 코로나19로 기업도 노동자도 다들 어려운데, 자신들의 이익이 털끝 하나 훼손되는 걸 참지 못하겠다는 심보다.

완성차 업계도 파업을 추진 중이거나 이미 돌입한 상태다. 한국지엠(GM)은 지난달 30일 시작한 부분파업을 총 15일로 연장했다. 이 기간 전반조와 후반조 근로자들은 4시간씩 파업을 벌인다. 지난달 23일 시작한 잔업과 특근 거부도 이어갈 방침이다. 기아차도 ‘9년 연속 파업’의 길을 택했다. 기아차 노조는 최근 사측과 13차례에 걸쳐 임단협 교섭을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24일부터 27일까지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육현장에선 학교 급식조리사와 돌봄 전담사들이 지난 6일 총파업을 벌였다.

이쯤 되면 파업공화국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친(親)노조 성향의 정책기조가 유지될 것은 익히 짐작된 일이다.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은 집권 초부터 “우리는 친노조 정부”라고 공언해왔다. 2018년 1월에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로 민주노총 위원장을 불러 공식 면담을 한 데 이어, 그해 7월에는 정부 주최 기념행사에서 비공개 면담도 가졌다. ‘노조 달래기’였다.

이처럼 공을 들였는데도 민노총은 지금까지도 사회적 대타협을 거부하고 있으며 국회 담장을 무너뜨리는 등 초법적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문 정부를 탄생시킨 건 노동자”라는 생각에서일게다. 노조가 내미는 이 같은‘청구서’에 정부는 방관으로 일관했다. 지난 여름 ‘광화문 보수 집회’나 ‘의사 파업’과 같은 대응을 노조 파업에는 단 한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 결국 파업공화국을 부추긴 건 정부다. 내년과 내후년 선거시즌을 앞두고, ‘정부 비호형’ 노조 파업이 얼마나 많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안종호기자 j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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