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박정배 기자 |
정치권에서 전통적으로 권위주의의 주무대로 인식돼온 보수 정당에서 헌정사 최초로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30대 인사가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청년 정치에 대한 담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대표가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세대교체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으로 세대별 역할론에 불을 댕기고 있다.
청년이 활동하기에 더 수월하다고 평가돼온 민주 계열의 정당은 ‘이준석 현상’을 바라보며 냉가슴을 앓고 있다. 수적으로는 국민의힘과 비교해 청년 정치인이 적다고 할 수 없지만, 시대를 이끌 만한 역량을 가진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고민이다.
당내 문화도 오히려 국민의힘보다 더 권위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4ㆍ7 재보선 패배 후 ‘조국 사태’를 사과한 초선 의원 5인방(오영환ㆍ이소영ㆍ장경태ㆍ장철민ㆍ전용기 의원)은 강성 친문(친문재인) 당원들로부터 문자 폭탄에 시달려야 했다. 패배의 원인을 소신대로 밝히다 인신공격에 가까운 공격을 받은 셈이다.
스스로 “친문이지만 대깨문은 아니다”라고 밝힌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조국 사태 동안 본인의 소신을 전한 조응천ㆍ금태섭ㆍ박용진ㆍ김해영 의원은 현재 ‘박쥐’, ‘철새’ 등의 조롱성 비판을 들어야 했다”면서 “조국 사태의 본질은 어쩌면 영원히 풀리지 않을 난제지만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비난부터 하고 보는 행태는 당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30~40대 젊은 인사가 소신 발언을 하면 “학생 운동하며 최루탄도 맞지 않고 수배도 한 번 당해보지 않은 ‘애’가 뭘 안다고 나서냐”는 반응이 아직까지 팽배한 게 현실이다.
또 일부 강성 친문 당원들은 이준석 대표에 대해서도 “어린 애가 너무 나댄다”, “지역에서 성장하지 않고 중앙에서 허세나 부린다” 등 악평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출신으로 2016년 총선, 2018년 재보선, 2020년 총선 모두 서울 노원구병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 낙선했다.
이 대표가 보수층이 많은서울 강남이나 영남권 지역구에 출마했다면 여유롭게 당선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고향을 우선시하며 지역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려고 노력했던 점을 강성 친문들은 간과한 셈이다.
그에 비해 오히려 국민의힘은 청년 정치인이 소신을 밝히는 데 걸림돌이 없는 분위기다. 1987년생으로 지난해 정계에 입문한 김재섭 전 비상대책위원은 SNS에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물론 김 전 비대위원도 보수층 지지자들로부터 상당한 악성 댓글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e대한경제>와의 통화에서 “악성 댓글을 모두 예상하고 쓴 글”이라면서 “나는 내 소신을 전하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 생각이 다른 이들의 인신공격은 조금도 무섭지 않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이준석 체제’로 세대 교체의 발판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동안 민주당은 청년 정치인의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당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기 리더십이 가시권 밖이라는 게 고민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개개인의 이력과 능력은 모두 훌륭하지만 결국 유권자로부터 최종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대답이 어렵다”면서 “참신하면서도 합리적 이미지를 구축한 인물이 빨리 나타나기를 고대한다”고 말하며 민주당의 자화상을 대변했다.
박정배기자 p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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