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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광역단체장 겸직 대권주자, 현직 유지 놓고 소모적 정쟁…공직선거법 개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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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8-08 16:42:03   폰트크기 변경      

정치부 박정배 기자

“세 분은 대선에서 떨어지면 국회의원 계속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대선에 나오시려면 당당히 사퇴하고 임해야죠. 그건 꼼수가 아닙니까? 본인부터 사퇴하십시오.”

이는 2017년 대선을 앞둔 TV 토론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했던 발언이다. 대선 출마를 위해 공직선거법에 따라 경남도지사직을 사퇴했으나 시점을 최대한 늦춰 보궐선거 실시를 방해했다는 심상정 후보의 지적에 홍준표 후보가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홍준표 후보가 지목한 ‘세 분’은 안철수 국민의당ㆍ유승민 바른정당ㆍ심상정 정의당 후보다. 이들은 당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현역 국회의원은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자리에서 물러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안철수 후보는 진정성을 평가받겠다며 서울 노원구병 지역구 국회의원에서 물러났다. 해당 지역구는 이듬해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열린 보선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의원직을 가져갔다.

대선을 앞두고 현직 사퇴론이 역대 선거 때와 유사한 양상으로 불거지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1일 현직에서 사퇴한 뒤 자리를 고수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도민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면서 사퇴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선 후보와 경기지사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과감히 경기지사를 택하겠다고 말해 지사직 유지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당내 경쟁자들이 이에 반발하는 가운데 김두관 의원만 유일하게 이 지사를 옹호하고 나섰다. 김 의원 역시 2012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경남도지사를 조기 사퇴한 이력이 있다. 그에 따른 보궐선거에서 경남도민은 홍준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새 지사로 선출했다. 이로 인해 김두관 의원은 해당(害黨) 행위자로 낙인 찍혀 한동안 잠행을 거듭해야 했다.

앞서 언급한 안철수 후보도 결과적으로 대선에서도 패하고 지역구도 민주당에 넘기면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는 결과를 자초했다. 모두 뒤이은 보선에서 자리가 상대편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선 현역 지자체장이 사퇴하더라도 보선이 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새로 선출되기 때문이다. 현역 국회의원이 안철수 후보 사례처럼 자진 사퇴를 강행하지 않는 한 보선은 열리지 않는다.

따라서 이재명 지사가 설령 사퇴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따른 보선 실시 책임론 같은 게 불거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이 지사는 ‘도민과의 약속’을 명분으로 경기도를 대선 베이스캠프로 이용한다는 지적을 들어가며 지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재선을 노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보내는 상황이다.

이 같은 소모적인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서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 선출직 공직자의 ‘임무 완수론’과 ‘겸직 부당론’ 사이에서 국민 불쾌지수를 높이는 부질없는 정쟁을 미리 차단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가 가능한 별도의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박정배기자 p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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