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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네거티브는 감초 같은 ‘볼거리’…결과 승복 자세가 ‘대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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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8-14 14:36:23   폰트크기 변경      

정치부 박정배 기자

야구 경기 중 종종 벌어지는 선수들 사이의 난투극에는 상당한 제재가 가해진다. 가담한 선수ㆍ지도자들에게는 출전 정지 조치 및 벌금 등 불이익이 뒤따른다.

하지만 실제 경기장에서 모든 선수들이 더그아웃(선수대기석)을 비우고 난투극에 가세하는 벤치클리어링( 대기석에 있는 모든 선수가 경기장으로 뛰쳐나오는 일)이 벌어지면 팬들은 응원하는 선수를 호명하며 분위기를 돋우기도 한다. 이에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적 지도자인 김응용 전 감독은 “이 또한 볼거리”라며 나쁜 시선으로만 볼 게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최근 정치권에선 네거티브 공방이 뜨겁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선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을 넘어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당내 지지율 선두권을 이루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한때 네거티브를 멈추겠다며 ‘휴전’을 선언했지만 이후 토론회에서 여지없이 ‘도로묵’이 되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구설을 겨냥, “철거민들이 와서 항의하니까 몸싸움하고 고소ㆍ고발을 했다든가, 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장애인을 쫓아내고 겨울철 전기를 끊었다는 식의 보도가 있다”면서 “비판하는 시민들을 향해 차마 입으로 옮길 수 없는 트위터 반응도 있었고 최근 주민들에게 반말하는 게 많이 회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지사는 “좀 이런 건 안 했으면 좋겠으며 이런 것이야말로 네거티브”라고 맞받았다.

당 안팎에선 네거티브 중단 선언이 보여주기식 공염불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선거전에서 네거티브 공격은 불가피하다는 점이 재확인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역대 선거를 뒤돌아보면, 본선은 물론 경선에서도 네거티브 공격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지금처럼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상대 후보에 치명타를 노렸다.

2002년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경선에서는 노무현 후보를 향해 장인의 빨치산 활동 의혹이 불거져 “내가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라는 명언이 탄생한 바 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경선 통과가 곧 당선’으로 여겨진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 측이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문제 제기가 현 정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유죄 판결로 귀결된 셈이다.


경선에서 네거티브 공격은 빠질 수가 없는 볼거리에다 검증 효능도 갖고 있다. 다만 치열한 싸움 끝에 승부가 결정되면 패자는 이에 승복하고 승자의 본선 승리를 돕는 미덕이 요구될 뿐이다. 현재 진행 중인 민주당 경선뿐 아니라 이달 말 개막되는 국민의힘 경선에도 적용되는 사항이다.

충분히 신뢰할 만한 근거를 제기한 네거티브 공격이라면 그것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그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유권자 몫이다. 후보들은 각자 전투력을 최대한 발휘해 승부를 겨룬 뒤 결과를 깨끗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유권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박정배기자 p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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