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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국민의힘 ‘역선택방지조항’ 을 둘러싼 ‘검은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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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9-05 06:00:28   폰트크기 변경      

국민의힘이 대선후보 경선룰에 ‘역선택방지조항’ 도입 여부를 놓고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달 17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 박대출 의원이 “축구 한일전을 앞두고 일본 사람에게 국가대표 선수를 뽑아달라는 것과 같다”면서 역선택방지조항 도입을 촉구한 이후 보름 넘도록 주자들 간 신경전만 계속될 뿐 결론이 나질 않고 있다.

홍준표·유승민·하태경·안상수·박찬주 등 국민의힘 대권주자 5명은 4일 오후 공동성명서를 통해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지 않기로 한 경준위(경선준비위원회) 원안을 즉시 확정하라”면서 “만일 이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공정경선 서약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오후 늦게 “(경준위의) 정해진 룰을 바꾸는 것이 저의 가치관과 맞지 않아 멈추기로 했다. 그간 혼란을 드린 점 죄송하다”라며 그간의 역선택방지조항 찬성 입장을 철회하고 나섰다.

결과적으로 역선택방지조항 찬성 주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둘만 남았다.

국민의힘이 이런 홍역을 치르는 것은 당헌당규에 여론조사 방식에 대한 분명한 규정이 없다는 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국민여론조사가 실시되는 ‘예비경선’ 조항에 ‘국민여론조사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의사를 밝히거나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선거권자를 대상으로 한 전화면접 방법으로 실시한다’고 역선택방지조항을 명시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논란은 없었다.


국민의힘의 경우 당헌 보칙 제99조제1항에 ‘당이 실시하는 각종 여론조사에 있어 여론조사 대상을 국민의힘 지지자와 지지정당이 없는 자로 제한할 수 있다’고 역선택방지조항을 임의규정으로 두고 있을 뿐, ‘구체적인 방법은 당규로 정한다’고 당규에 위임했다.


당규인 ‘대선후보 선출 규정’에는 ‘여론조사는 공정하고 정확한 국민여론을 반영할 수 있는 공인된 복수의 국내 조사기관에서 실시한다’고만 밝혔을 뿐 ‘역선택방지조항’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역선택방지조항 도입을 찬성하는 쪽은 여론조사 대상을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한정하고, 민주당 지지층은 배제하자고 주장한다. 민주당 지지층은 민주당 후보와 맞붙을 본선을 의식해 국민의힘 주자 중 약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역선택방지조항을 반대하는 측은 ‘외연 확장성’을 주장한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2일 SNS 글에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론조사 경선할 때 민주당 지지층에서 오세훈 후보에게 21.7%, 나경원 후보에게 8.7% 지지를 보내 주었는데 본선에 가서 오세훈 후보는 우리당 지지율을 훌쩍 넘겨 득표율 57.5%로 압승했다”면서 “그런 것을 역선택이라고 하지 않고 확장성이라고 한다”라고 적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지난달 29일 SNS에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 같은 민주당 후보가 싫어서 ‘국민의힘 후보’를 찍겠다는 무당층, 중도층, 민주당원, 정의당원, 국민의당 당원들이 있는데 왜 그 분들을 적으로 돌리고 여론조사에서 배제해야 하는가? 역선택 방지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우리 지지자가 될 수 있는 유권자들을 배제하고 정권교체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확장성’을 강조했다.

역선택방지조항 반대 주자 5인의 4일 공동성명에서는 “윤석열 후보 등은 ‘역선택이 우려된다’는 핑계를 대지만 정당과 후보를 분리해 선택하는 것은 역선택이 아니라 ‘교차투표’”라며 “확장성을 포기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존의 ‘확장성’에 더해 ‘교차투표’를 추가 근거로 제시했다. 여기서 교차투표는 유권자 입장에서 지지정당과 지지후보를 달리 선택하는 투표행위로 풀이된다.

이처럼 주자들이 역선택방지조항 도입을 놓고 찬반으로 첨예하게 맞서는 이유는,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주자 별로 유불리가 확연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실례로,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15명을 대상으로 8월23일부터 24일까지(8월4주차) 여야 대선주자(총16명)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표본오차 2.2%포인트, 95% 신뢰수준, 응답률 5.2%), 윤석열 26.5%, 이재명 24.9%, 이낙연 12.8%, 홍준표 8.1%, 최재형 4.0%, 추미애 3.7%, 유승민 3.1%, 황교안 1.1%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596명- 전체의 29.6%) 중에선 51.0%가 이재명을, 31.4%가 이낙연을 각각 지지하고, 추미애 5.6%, 정세균 2.1% 등이 뒤를 이었다. 국민의힘 주자들에 대해선 윤석열 1.6%, 최재형 1.2%, 홍준표 0.9%, 유승민 0.8% 등으로 지지율이 미미했다.

다음으로, 응답자 2015명을 상대로 보수야권주자 12명으로 한정해 적합도를 물은 결과, 격차는 달라졌지만 순위는 같았다. 윤석열 28.6%, 홍준표 20.2%, 유승민 11.4%, 최재형 4.6% 하태경 2.7% 등이다. 

그런데 이중 민주당 지지자들(596명) 응답을 따로 분리해 보면, 홍준표 26.8%, 유승민 17.6%, 윤석열 5.2%, 하태경 2.7%, 최재형 2.4% 등으로 나타났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3~5배 앞서는 것이다. 만약 역선택방지조항을 도입하게 되면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이런 이점을 가져갈 수 없게 된다.

민주당 지지자들로선 선택 대상이 보수야권 주자들로 한정됐기 때문에 이런 응답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여권 주자들(6명)까지 합쳐 물었다면 앞서 소개된 대로 정세균 2.1%보다도 낮은 윤석열 1.6%, 최재형 1.2%, 홍준표 0.9%, 유승민 0.8% 등이 맞는 것이다.(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국민의힘 경선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선택 대상에 여권 주자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역선택방지조항을 도입하지 않으면 전체 응답자 중 민주당 지지자들은 본인의 진심과는 다른 선택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앞서 소개한 여론조사가 보여준 것이다. 


이는 국민의힘 당규에 규정된 ‘공정하고 정확한 국민여론 반영’과 배치되는 것이며, ‘교차투표’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 지지자들로서 민주당 후보가 선택지에 있다면, 그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고, 설사 그 후보가 비호감이면 차라리 무투표를 할지언정 굳이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던질 이유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외연확장’을 위해 무당층까지 포함하자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교차투표’를 기대하면서 민주당 지지자들까지 포함하게 된다면 경선 결과에 ‘민의 왜곡 반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권혁식 정치부장(부국장) kwo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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