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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재명 후보, 대장동개발사업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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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9-15 10:50:09   폰트크기 변경      
성남시 인허가권으로 거대 폭리 추구 막지 못해..‘공공개발’ 거론할 형편 못된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4일 예정에도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성남시장 시절 추진했던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강도 높게 반박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대장동 210번지 일대 92만467㎡(약 27만8000평)에 주택 5903 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지사의 주장은 회견문 모두에 “대장동 개발은 당초 수천억원 개발이익이 예상되던 민간개발사업이었으나, 제가 성남시장이 되면서 성남시 공공개발로 전환해 개발이익 5503억원 가량을 성남시로 환수한 모범적인 개발행정 사례”라는 문장에 압축적으로 들어있다.

이 지사는 글 도중에 “저는 정당한 개발업무 대가가 아니라, 국민이 위임한 인허가권 행사로 그냥 생기는 불로소득 개발이익은 원칙적으로 공공 즉 시민이 취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혀 개발사업에 대한 본인의 철학도 드러냈다.

이 지사와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본인의 언명대로 ‘공공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미완 내지는 실패에 그쳤다는 평가가 불가피하다. 사업추진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시행사 ‘성남의뜰’이 최근 3년간 주주들에게 나눠준 배당금 약 6000억원(5953억원) 중에서 67.9%인 약 4000억원(4040억원) 정도가 민간 개인회사에 돌아갔기 때문이다.

특정 개인 A씨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와 그 자회사 ㈜천화동인1호는 도합 1억5천만원을 투자해 총 1785억원을 배당받았다. 1190배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또한 A씨의 지인들 소유로 알려진 ㈜천화동인 2~7호의 배당금 2255억원까지 합치면 A씨와 그의 지인들 배당금은 404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겨우 3억5000만원을 투자해 1154배의 이익을 거둬들인 것이다.  자본금 50억원인 ‘성남의뜰’에 25억원을 출자해 지분 50%를 가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돌아간 배당금 1830억원은 그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아무리 협약에 따른 배당이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겨우 100~200% 주식투자 수익률에도 ‘대박’이라고 생각하는 국민 정서를 감안하면, 굉장한 위화감과 불공정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더욱이 대권에 도전하는 정치인이 사업 인허가권을 행사했다는 점에선 사안이 한층 무겁게 다가온다.

이 지사는 회견문에서도 ㈜화천대유자산관리에 대해 “자산관리회사의 실제 소유자는 투자사들이 합의해서 결정한 것이고 구체 내역은 투자금융기관만이 알 수 있어(비공개) 저로서는 전혀 그 내용을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는 성남시가 공원조성, 터널공사, 임대부지 등으로 환수되는 개발이익 5503억원만 바라보는 사이에 막대한 추가 개발이익이 어떻게 불공정을 잉태하고 있는지 간과했던 것이다. 대장동개발 사업에서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지사가 미처 인식 못한 영역에서 불로소득에 가까운 엄청난 폭리가 특정 개인들에게 돌아갔다는 점에서 공공개발의 취지는 상당히 퇴색됐다. 게다가 성남시 산하 성남개발공사가 ‘성남의뜰’ 출자자로 참여해 개발사업의 공공성을 분식(粉飾)해줌으로써 자금조달과 사업수행을 수월하게 했다는 점에선 거의 도박에 가까운 사익 추구에 성남시가 방조자로 참여했다는 비판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지사가 대장동개발을 ‘모범적 공익사업’ 사례라고 강변한다면 전국에서  ‘한탕’을 노리는 업자들이 “우리도 대장동개발처럼 공공개발하자”면서 전국 지자체를 상대로 물밑 설득전에 나서는 장면들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성남시 관내에서 벌어진 개발사업에서도 사실상 ‘눈뜬장님’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면, 과연 전 국토에서 이 같은 불로소득 개발이익을 노리는 불공정 시도들에 직면했을 경우 과연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역사 발전의 한 걸음은 철저한 자기 반성과 혁신적 대안 위에 이뤄진다는 점을 새삼 상기하고자 한다.


권혁식 정치부장(부국장) kwo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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