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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라이나생명 매각에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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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0-11 18:00:13   폰트크기 변경      

 'ROE 20%'


정책금융부 이종호 기자
스타트업이나 반도체 기업의 아닌 국내 보험사의 ROE다. 같은 비교군인 국내 생명보험사 전체의 올해 상반기 기준 ROE는 10.93%로 라이나생명의 ROE는 동종업계의 두 배 수준이다. 자산 4조원 수준인 라이나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3570억원으로  자산 100조를 넘은 한화생명을 순이익으로 몇 번이나 앞질렀다.


이처럼 라이나생명은 미국 본사인 시그나그룹 입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그런데 지난주 이런 황금알을 낳는 라이나생명 매각이 결정됐다.


본사인 미국 시그나그룹이 건강관리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해 한국, 대만, 뉴질랜드, 태국, 인도네시아, 홍콩 사업부와 터키합작 회사 등을 처브 그룹에 매각하기로 했다. 전체 매각 가격 중 절반 이상이 한국 라이나생명의 몸값으로 책정됐다.

단순하게 보면 잘 버는 회사를 잘 받고 판 것처럼 보이지만 뜯어보면 우리나라 정책당국의 정책실패가 매각의 원인이다. 시그나 그룹이 한국은 건강관리 서비스를 영위할 수 없는 나라로 판단한 것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보험사 건강관리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여러 번 발표했다. 하지만 보험사의 헬스케어 자회사 설립을 허가해준 것 외에는 구체적인 성과가 없다.


예컨대 발표된 지 2년이 지난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모호한 상황이며 공공의료 데이터 또한 자료 제공이 거부됐다. 이대로 라면 한국에서 외국 수준의 건강관리 서비스는 영원히 불가능할 수도 있다.

라이나생명 매각이 아쉬운 이유는 시그나 그룹이 한국에서 적극적인 건강관리 서비스를 펼치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한국을 방문한 데이비드 코다니 시그나그룹 회장은 "한국에서도 미국에서 제공되고 있는 수준의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시그나 그룹은 투자가 아닌 매각을 결정했다.

만약 당국이 건강관리 서비스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진행했다면 세계 최고의 건강관리 서비스 기업의 노하우를 한국에서 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급격하게 고령화가 진행된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 참 아쉬운 대목이다.

금융당국과 보건당국 관계자는 이번 라이나생명 매각을 단순히 외국계 보험사의 이탈로 볼 것이 아니라 한국의 건강관리 서비스 발전이 몇 년 더 뒤처졌다고 봐야 한다.


다행히 아직 기회는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연말을 목표로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 현황조사 및 가이드라인 개정’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2년 만에 나오는 2차 가이드라인에서는 좀 더 명확하고 실현 가능성 있는 건강관리 서비스에 대한 정책이 나와 더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종호기자 2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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