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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이재명 후보, 100만 공직자 휘어잡을 생각보다 한 명의 모리배 배격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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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0-12 06:00:37   폰트크기 변경      
유동규 정실인사로 대장동사업 분탕질 초래된 데 대한 책임부터 통감해야

이재명 경기지사가 1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턱걸이 과반’으로 경선을 통과하면서 뜻하지 않은 사달이 났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에서 정세균·김두관 후보 득표 무효 처리에 이의를 제기하며 결선투표를 요구해 본선 ‘원팀’ 구상에 중대한 차질이 생겼다. 국민의힘 후보와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본선을 앞두고 ‘이낙연 지지표’가 제3지대로 이탈한다면 이 지사에겐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서울 경선까지 ‘대세론’을 이어가던 이 지사의 발목을 잡은 것은 제3차 슈퍼위크 결과다. 24만8880명이 참여한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전 대표 62.37%, 이 지사 28.30% 득표율을 기록함으로써 전날까지 55.29%이던 이 지사 누적득표율이 하루 만에 5%포인트나 빠진 50.29%로 귀결된 것이다. 이들 선거인단은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온라인 또는 ARS를 통해 투표에 참여한 전국의 친(親) 민주당 일반국민들이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한 달 넘도록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바닥 민심이 서서히 돌아서고 있다는 방증으로 봐야할 것이다.

되돌아 보면, 지난달 초에 대장동 의혹이 처음 불거진 이후 이 지사의 대응은 국민 정서를 덧들이기에 충분했다. 본 칼럼에서도 일찍이 지적했듯이, 본인의 의도를 최대한 선의로 해석하더라도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해’ 초래된 폐해에 대해선 공직자로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합당하다.


하지만 이 지사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환수사업‘ ’모범적 공익사업‘이라는 당초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의 대응 방식에 사태를 유심히 지켜보던 친여 성향 국민들의 인내는 임계점에 이르렀고, 3차 투표를 통해 표심을 드러낸 게 아닌가 하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민심과 동떨어진 이 지사의 현실 인식은 10일 후보선출 직후 감사연설에서도 일단을 드러냈다. 그는 연설 말미에 자신을 괴롭혀온 대장동 비리 의혹을 겨냥, “토건세력과 유착한 정치세력의 부패비리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역설한 뒤 “대통령이라는 한 명의 공직자가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드리겠다. 100만 공직자가 얼마나 훌륭한 국민의 일꾼일 수 있는지 확인시켜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대장동 비리 의혹에서 뇌물수수와 배임 혐의로 구속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직무대리 유동규 씨는 이 지사가 언급한 토건세력의 핵심 멤버다. 유 씨는 공사 내에 별동대로 불렸던 전략사업실을 신설해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추천한 김 모 회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의 대학후배 정 모 변호사 등을 요직에 앉혀놓고 화천대유에 유리한 공모지침서 작성, 사업제안서 접수 하루 만에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목한 민간사업자 선정,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한 사업협약서 작성 등 전 과정을 총괄하며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에 돈벼락을 안겼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 배당수익은 4040억원, 화천대유 분양수익은 최소 4500억원 등 총 8540억원이 넘는 거대 폭리가 그들에게 돌아갔다. 이 중 남 변호사는 1007억원, 정 회계사는 644억원의 배당금을 이미 챙겼다.

유 씨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일 때 민간인 신분에서 전격 발탁돼 공직자 탈을 쓴 인물이다. 당초 성남시 분당구 한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조합장으로 일했던 유 씨는 2010년 이 지사의 성남시장 선거를 도운 뒤 시장직 인수위원회 도시건설분과 간사를 맡았고, 이어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 임용돼 간부급 공직자로 직행했다. 이후 2014년 이 지사 성남시장 재선을 앞두고 잠시 사퇴했다가 3개월 뒤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컴백, 사장 직무대행까지 맡아 대장동 사업을 분탕질한 것이다. 사실상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셈이다.

유 씨는 2013년 성남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서 민간업자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또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는 유 씨가 화전대유 측에 700억원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 지사는 유 씨의 일탈을 얼마나 인지하고 결재까지 했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본인의 잘못된 정실 인사로 본인이 지적한 토건세력이 공직자의 탈을 쓰고 권한을 남용하면서 막대한 사익을 취한 정황이 드러난 데 대해선 책임을 통감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이 지사는 유 씨 구속과 대장동 특혜 의혹에 대해 “안타까움에는 공감하지만 제가 사과할 일이 아니라 칭찬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과를 거부해 국민 보편 정서와 동떨어진 현실인식을 드러냈다.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뒤통수를 맞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인사가 만사’란 말이 있듯이, 정치지도자로서 인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치나치지 않을 것이다. 인사가 잘못되면 인사권자 본인도 망하지만, 그 폐해가 수많은 국민들에게 미친다는 사실은 대장동 사업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 지사는 100만 공직자들을 어떻게 휘어잡아 ‘훌륭한 국민의 일꾼’으로 만들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공복 의식 없는 모리배(謀利輩)에게 공직자 탈을 씌워 칼자루를 휘두르도록 방치해, 온 국민이 분노와 허탈감에 빠지도록 하는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점을 스스로 깨달아야 할 것이다.


권혁식 정치부장(부국장) kwo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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