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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국토교통위원장 과속 입법에 따른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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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1-19 06:00:18   폰트크기 변경      

18일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선 이른바 ‘대장동 방지법안’ 상정 여부를 놓고 여야 의원들 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당초 이날 의사일정에는 내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 심사가 전부였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장동 방지법안’을 예산안 앞에 상정해 심사할 수 있도록 의사일정 변경을 동의(動議)한 뒤 국회법에 따라 표결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인 이헌승 국토교통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여당의 상정 시도를 저지하느라 진땀을 뺐다.

국민의힘 3선 김상훈 의원이 발언권을 얻어 야당의 반대 논리를 설파했다. 그는 “정당이 특정한 목적을 갖고 법안을 자꾸 상정하려고 하면 나중에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면서 “논리적으로 따져본다면,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은 그간에 민간에 개발이익 환수를 주장하는 실무진의 주장이 두 차례나 있었다. 그것을 해당 지자체장이, 당시 이재명 대선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시 그것을 묵살한 정황이 있지 않는가? 그럼 거기에 대해 수사 결과가 명백하게 밝혀지고 나서 그 경위를 따진 연후에 해당 법안의 상정이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 말대로 여당이 상정을 시도한 이들 법안은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에 대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해명 논리 연장선상에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9월28일 ‘개발이익 환수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 축사에서 “이번 기회에 불로소득 부당이득을 아예 취하지 못하도록 제도로 꽁꽁 묶겠다”며 관련 법 개정에 나설 뜻을 처음 밝혔다.

이는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화천대유 및 천화동인 1~7호가 4040억 원의 배당이익과 4000억원 이상의 분양이익을 챙기게 된 원인을 정책 결정권자의 잘못이 아닌 법 제도의 미비로 돌리겠다는 의도가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장동 방지 3법 중 민주당 진성준·조응천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도시개발법 개정안은 도시개발사업에서 민간사업자의 이윤을 총사업비의 10% 이내로 상한을 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컨대 대장동 사업의 총사업비를 1조5000억원으로 잡으면 민간사업자 이익은 최대 1500억원 선에서 묶이게 된다.

이들 법안의 취지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이재명 후보가 환수했다고 주장하는 개발이익 5503억원은 현행법 체계에서 공공이 환수할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깝고, 그 결과 이 후보는 야당이 주장하는 배임 혐의와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김상훈 의원이 ‘이재명 후보가 실무진의 개발 이익 환수 주장을 묵살한 정황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법안 상정을 저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 내에서도 여당 법안과 같은 취지의 법안이 발의된 게 있어 법안 상정을 막는 야당 의원들 말발을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해 이목을 끌었다. 바로 이헌승 위원장이 도시개발사업에서 민간사업자의 이윤을 총사업비 6% 이내로 묶는 도시개발법 개정안을 지난 9월29일 발의한 것이다. 민주당 진성준·김교흥 의원이 한목소리로 “이헌승 위원장도 민간개발이익을 제한하기 위한 도시개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지적하면서 법안 상정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총사업비 6%’는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에서 공공과 민간이 공동으로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민간사업자의 이윤율을 총사업비의 6%로 제한한 데서 원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위원장 법안은 진성준·조응천 의원 법안보다 민간 이윤 상한을 4% 포인트 더 낮게 잡은 셈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택지개발과 도시개발의 차이를 간과한 것으로 이윤을 6%로 묶을 경우 과연 도시개발 사업에 민간 참여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는 우려가 나왔다. 평소 민간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시장 규제 완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법안이 민주당 법안보다 더 강한 규제를 담고 있는 데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게다가 ‘정당의 특정 목적’을 거론했던 김상훈 의원 발언대로 민주당 대선후보가 본인의 책임을 돌리기 위해 입법을 선언한 바로 다음날, 민주당보다 먼저 관련 법안을 발의해 결과적으로 그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초래한 정무적 사고체계에는 심각한 오류 가능성이 지적된다. 이 위원장 본인도 이날 여당의 법안 상정 요구를 무마하는 과정에서 연신 버벅거리며 곤혹스런 표정을 지은 것도 자충수에 대한 뒤늦은 자각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번 사례를 입법권 행사에 신중을 기하는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것이다.


권혁식 정치부장(부국장) kwo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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