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데스크칼럼] 대선 패배 문책론과 민심난독증 정치인들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2-03-13 02:00:12   폰트크기 변경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페이스북에 ‘대선 패배의 원인과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란 제하의 글을 올려 사실상 대선 패배 문책론을 제기했다. 그는 “민주당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읍참마속이다. 조국 사태 책임자, 윤석열 추천인, 부동산 실패 책임자들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면서 “인적 청산의 시작은 노영민, 김현미, 김수현, 부동산 책임자의 출당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같은 진영 인사 3인의 실명을 거침없이 거론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조국 전 법무장관이 극심한 국론 분열 끝에 취임 35일 만에 사퇴할 당시 현직에 있었던 이유로 ‘조국 사태 책임자’로 지목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시 나경원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는 “ 오랫동안 극심한 국론 분열이 있었다”며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노영민 실장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부동산은 끝났다’ 저자인 김수현 전 대통령 정책실장은 두말할 나위 없이 부동산정책 실패 책임자로 지목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윤석열 추천인’에 대해 “이 정부가 키운 당사자가 4년 만에 칼을 품고 덤볐다. 도대체 윤석열이 검찰개혁을 할 적임자라 판단한 사람은 누구이며 대통령에게 천거한 책임자는 누구인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당선인에 대해 ‘검찰권을 쥐고 흔들며 대통령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정치를 하는 검찰총장’이라고 표현했다.

김 의원 주장을 풀어보면, 김 전 장관과 김 전 실장을 대선 패배 책임자로 지목함으로써 부동산정책 실패에서 촉발된 정권교체론이 결정적 패인 중 하나라는 인식을 김 의원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대권욕을 가진 ‘정치검찰’ 수장이 정권교체론에 편승하는 바람에 정권을 부당하게 뺏겼다는 의미로 들린다.

설사 김 의원 주장대로, 윤 당선인이 대통령을 목표로 했던 정치 검찰이 맞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정치신인이 대선출마 선언 8개월만에 정권교체의 주인공이 되는 대이변을 설명하는 데는 부족한 게 많다. 평생 검사만 한 윤 당선인이 어떻게 쟁쟁한 정치 거물 홍준표ㆍ유승민 경선후보를 제치고 제1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으며, 본선에서 인물론에서 스스로 우위를 자처하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었단 말인가라는 물음이다.

민주당 시각을 그대로 수용하더라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과 검찰개혁에 소극적이고 뭔가 불만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대놓고 반기를 드는 것도 아닌 검찰총장을, 정권 교체의 대장정에 나서도록 채찍질하고 대선민심의 총아로 만든 사람은 바로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의원이 대선패배 책임 핵심 관계자 명단을 작성하면서 추 전 장관 이름을 빼놓는다면 사심이 들어간 B급 답안에 불과하다. 2020년 11월 ‘추-윤 갈등’ 당시 “국민과 함께 추미애 장관을 응원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던 김 의원으로선 뒤늦게 자기방어적 글을 썼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추 전 장관과 윤 당선인이 각각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으로 같이 근무한 기간은 1년 남짓이다. 그 기간 동안 추 장관이 우월한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당시 윤 총장을 핍박하는 모습은 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을 부채질했고, 윤 총장을 정권교체의 대표주자로 인식하도록 많은 국민들 뇌리를 지속적으로 자극했던 것이다. 오죽하면 민주당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이 지난해 11월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후보가 지금 대선 후보에 이르게 된 것은 작년 ‘추-윤 갈등’으로 인해서다”라고 말했겠는가.

결과적으로 5년만에 민주당 정권이 교체된 것은, 근거 빈약한 윤 당선인의 대권욕이 문제가 아니라 “검찰총장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는 호기 어린 발언이 중도층 국민들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민심난독증 정치인들이 내부에 있기 때문이란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권혁식 정치부장(부국장) kwonhs@

〈ⓒ e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