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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대통령 당선인 사람들, ‘입 속의 혀’와 ‘호가호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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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5-05 17:06:57   폰트크기 변경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사에서 A가 중용된 비결에 대해 대선 캠프 관계자는 ‘입속의 혀’라는 말로 설명했다. 주위 평판에서 호불호(好不好)가 확연히 갈리고 비호감도 만만찮은 그를 윤 당선자가 발탁한 배경에는 그런 특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심복(心腹)보다 뇌에서 더 가까운 위치에 있는 혀는 지시에 충실히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그가 윗사람의 뜻을 누구보다 일찍 간파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행동에 나서고 성과를 내는 강점을 빗댄 말일 것이다.


다만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는데, 윗사람 귀에 거슬리는 쓴소리를 자해(自害)라도 감내하며 스스로 낼 수 있을지 관건이다. 외부에서 제기되는 충언을 위로 전하는 통로 역할도 그에겐 딜레마가 될 수 있다. 쓴소리를 멀리하고 귀에 순한 소리들만 가까이 뒀다가 권력 붕괴 길을 재촉했던 경험은 불과 5년 전의 일이다.

윤 당선자 옆에는 또 한 사람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내부 일각에선 B를 ‘호가호위(狐假虎威)형’이라고 평가한다. 그늘에서 묵묵히 일하는 참모들로선 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반영해 그런 평판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뒤집어보면 그의 언행은 당선인 뜻과 거의 상통한다고 이해될 정도로 관계가 가깝다는 의미일 것이다.

호가호위형의 특징은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왕성한 활동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의 역할은 당선인을 대신해 악역을 자임할 때 빛을 발할 것이다. 당선인이 과거 언행과 약속 때문에 운신에 제약을 받을 때 걸림돌을 치워주는 해결사 역할에 나서는 것도 무방하다. 당하는 입장에선 당선인과 사전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의심하면서도 뚜렷한 물증이 없으니 따지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인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의 언행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일이 꼬이게 한다. 어설픈 논리로 덤볐다가 오히려 탄탄한 방어논리에 부닥쳐 교착상태에 빠지는 식이다. 본인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현재로선 주체할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긁어낸 부스럼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기존의 청와대에서 끌어내 광화문 또는 용산으로 옮기는 두 가지 방안을 놓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구중궁궐 같은 제왕적 공간에서 벗어나 참모들뿐 아니라 국민들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나오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정보가 넘치는 IT 시대에 집무실 이전이라는 상징적 조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호’를 함께 끌고 갈 청와대 비서진과 부처 장ㆍ차관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다. 실력과 능력주의라는 포장지 안에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가 재현된다면, ‘탈원전’ 같은 편향성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국민통합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도덕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최고의 인재를 정파와 진영을 뛰어넘어 널리 구하는 노력이 성공적인 대통령 리더십의 핵심 요건임을 역대 정부의 실패 경험에서 배워야할 것이다.


권혁식 정치부장(부국장) kwo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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