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은 토목ㆍ건축 분야 중급 이상 건설기술인 중 고용노동부에서 인정한 양성교육을 이수하면 120억원 미만 건설공사 현장에 안전관리자 배치 자격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교육원에서 5∼6월 양성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는 안전관리자 배치 공사규모 확대로 건설업 안전관리자 부족 해소를 위한 고용부의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과거 120억원 이상의 건설현장에만 의무적으로 배치됐던 안전관리자는 2020년 7월부터 100억원 이상, 2021년 7월 80억원 이상에 이어 올해 7월부터는 60억원 이상 현장에도 배치되어야 한다. 내년 7월에는 50억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눈여겨볼 대목은 시장의 엇갈린 반응이다.
우선 건설업 안전관리자들로 구성된 밴드 회원 3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번 제도 도입에 대해 95.8%가 반대를 나타냈다.
현업 종사자 대다수는 이 제도가 본격 도입될 경우 오히려 안전관리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한다. 양성교육 이수자들은 단지 서류상으로만 선임될 것이고 실제 안전관련 업무수행은 하지 않아 계속해서 사고는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국가 자격증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들은 대안으로 안전관리자가 지금처럼 건설사 소속 직원이 아닌, 고용부에서 인정한 별도의 외부기관 소속으로 건설현장에 파견해 상주 근무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반면 건설사의 입장은 다르다. 안전관련 자격증에 따른 업역은 근대의 법치제도를 늦게 시작한 국가들이 필요한 전문가를 빨리 공급하기 위한 방법으로 도입된 것으로, 이제는 전문가들의 업역 다툼을 없애고 사회발전에 따른 경계가 없는 분야의 전문성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자격에 따른 업역 규제를 과감하게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장소장을 비롯한 경영자들은 안전관리자들의 조언을 들어 안전경영을 해야겠지만 안전관리자가 꼭 안전자격을 가진 자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항변한다.
이번 기회에 고용부를 비롯한 정부당국에서는 안전관리자 수요와 공급의 문제를 근시안적인 단편적인 방법으로 접근하지 말고 보다 근원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건설현장 재해 예방정책은 법 강화를 통한 규제 일변도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그 규제가 오직 처벌 중심으로만 이뤄진다면, 현장은 그저 보여주기 식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안전분야도 과감하게 법적 규제를 풀어 기업 스스로 자율적인 안전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진흥법 등에 세세하게 규정된 안전교육이나 안전관리자와 같은 전문인력을 채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하는 규정을 이제는 과감하게 폐지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근본 태생이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존재이므로 징역과 같은 신체형 처벌보다는 사고 발생 시 압도적인 경제적 제재를 부과하는 재산형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재해감소에 효과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자격증보다는 실무경험을 중시해 기업 자율적으로 안전관리자를 채용하는 미국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기업이 안전을 준수하지 않아 발생하는 경제적 손해가 크다면 스스로 알아서 내실 있는 안전교육을 할 것이고 우수한 안전관련 전문인력 등도 채용하여 안전을 확보할 것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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