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에 가보기 위해 연변공항에서 이도백하로 이동해본 적이 있다. 연변을 방문해본 분들은 알겠지만 시내 상점마다 한글간판이 많아 첫인상이 친근하다. 이도백하까지는 3시간30분∼4시간가량 차로 이동하는데 차창 밖 풍경은 주민들의 주식량인 옥수수 밭이 지천으로 이어진다. 높다란 미루나무 너머, 야트막한 산과 구릉지가 실개천과 어우러진 풍경은 70년대쯤 우리네 시골길의 모습과 흡사하다. 두만강의 지류인 해란강은 가곡 ‘선구자’에서 익숙한 노랫말에 등장하는데 용정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다. 조선의 민족정신을 고양한다는 이유로 죄 없는 일송정은 일제에 고사당하는 비운을 맞아 지금은 온데간데없다. 다만 평범한 소나무 한 그루가 그 자리를 대신하여 힘없는 조국의 서글픈 역사를 후손들에게 증인처럼 알려주고 있다.
이도백하로 가는 길에 명동촌이라는 마을에 윤동주 생가가 있어 들러 갈 수 있다. 방문객들이 진입하는 길가에는 그의 시들이 여러 돌판에 새겨져 전시되어 있다. 젊은 나이에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되어 고통받다가 교도소에서 순국한 천재시인, 윤동주의 묘비처럼 보여 처연하다. 1900년경 그의 조부가 지었다는 검박한 한옥의 툇마루에 앉아 그의 유년시절을 상상해본다. 주변의 풍광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가득한 곳으로 그의 시어처럼 평화롭고 한적하다.
글ㆍ그림=임진우(건축사ㆍ정림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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