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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가정의 달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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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5-30 08:53:05   폰트크기 변경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만큼 가정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의미겠지만, 사회를 구성하는 주춧돌인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는 방증(傍證)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정의 근본이자 꽃인 어린이들의 교육에 힘을 썼다. 『소학』은 어린아이를 위해 만든 수신서이다. 소학은 물 뿌리고 쓸고, 응대하고 대답하는 예절과 어버이와 스승을 공경하고 벗과 친하게 지내는 기본적인 도리부터 가르친다. 수신(修身)과 제가(齊家)에 충실하지 않으면서 큰 이상을 외치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퇴계 이황을 비롯한 대학자들도 소학의 가르침에 공감하고 실천했다. 한훤당 김굉필도 스스로 ‘소학 동자’라 자처하며 『소학』을 평생 곁에 두고 마음을 다스리고 실행에 옮겼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을 뒤늦게 읽었다. 저자인 로버트 풀컴(Robert Fulghum)은 ‘물건은 항상 제자리에 놓아라, 밥 먹기 전에 손을 꼭 씻어라. 남을 때리지 마라,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마라, 남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때는 미안하다고 말하라.’ 등과 같이 유치원에서 배운 간단한 규칙들을 통해서 바른생활, 이웃사랑, 공중도덕의 원리를 익힌다고 보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태연하게 건너가는 어른들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융통성 없이 곧이곧대로 하다가는 손해 본다고 가르치는 부모가 부지기수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교문을 채 나서기도 전에 유치원에서 배운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문제는, 우리가 시험을 치면 너무나 쉽게 정답을 맞힐 수 있는 조그마한 일들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데 있다. 『소학』을 다시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나부터 박제된 가르침을 끄집어내어 손주들에게 솔선수범해 보리라. 푸른 5월은 사막의 신기루처럼 허황하거나 먼 데 있지 않다. 좋은 세상은 손 내밀면 닿을 듯한 가까운 데 있다.

조이섭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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