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직장인들에게 일과 삶의 밸런스는 필요하지만 내 주변의 건축가들은 설계 작업을 통해 그 속에서 여유와 쉼을 찾고 재충전한다. 그들은 최근 디자인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우선순위이고 현재 진행형의 프로젝트에 몰입 중이다. 다른 예술 장르의 작가들처럼, 건축가들도 작업을 통해서 창작의 세계로 탐험하는 일을 즐기고 본능적으로 새로움에 대한 갈망을 쫓는다. 비록 생존경쟁이 치열한 설계시장 속에서도 창작의 세계를 찾아 또 다른 가치들을 재미있게 실험해보곤 한다. 만일 클라이언트로부터 의뢰된 프로젝트를 다루면서 새로움, 환상, 꿈, 여유, 낭만, 시도, 재충전 같은 항목들이 실종된다면 설계 작업은 얼마나 무미건조해질 것인가? 여유 없는 빠듯한 설계일정과 공정일변도의 루틴한 업무들은 금세 지루해지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건축 업무에도 효율과 이윤, 성과가 중요하지만 이런 목표들은 위에 열거한 항목들과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 법이다. 어쩌면 건축가에게 일과 휴식은 이분법으로 딱 가르기 쉽지 않다. 나의 경우에는 건축과 그림 모두, 그 일에 몰입하는 자체가 어쩌면 놀이이자 휴식이다.
글ㆍ그림=임진우(건축사ㆍ정림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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