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돌담길을 산책하기에 좋은 날씨다. 이곳 정동길을 언급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근대문화유산’이다. 대한민국 개화기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많은 근대 건축물들이 역사의 증인처럼 이 길에 도열해 있다. 정동길 산책은 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에서 덕수궁 돌담을 끼고 시작하는데 중간지점 로터리에 이르면 오래된 붉은 벽돌의 정동제일교회가 보행자들을 환영한다. 모두 파란만장한 구한말의 역사를 지켜보았던 근대유산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로터리에서 배재학당 쪽으로 조금 오르면 아담하고 예쁜 경사지붕의 벽돌건물이 오래전부터 자리하고 있다.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이다.
뛰어난 인재를 많이 양성한 배재학당은 1885년 미국 선교사 아펜젤러에 의해 세워진 서양식 근대 교육기관이다. 붉은 벽돌과 지붕 위의 뻐꾸기창문이 고전적인 비례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고종황제는 이곳에 인재를 기르라는 현판을 내려주었는데 1984년, 강동구 고덕동으로 이전한 후 현재는 배재학당 역사박물관과 기획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을 비롯하여 주시경, 나도향 등 수많은 근대지식인을 배출한 신교육의 발상지이자 신문화의 요람이다. 김소월 시인이 학창시절에 배우던 마룻바닥의 교실과 오래된 나무책걸상이 정겹게 느껴진다.
글ㆍ그림=임진우(건축사ㆍ정림건축ㆍ한국건축가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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