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목포농협 조합장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김옥두 전 목포농협 상무가 지난 8일 토마토농장에서 일손돕기 중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사진: 박정배 기자 |
“기본적으로 협동조합장은 주어진 임기 4년 동안 조합원으로부터 경영권을 위임받은 CEO지, 오너가 아닙니다. 근데 마치 오너 행세를 합니다”
내년 3월로 예정된 목포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를 준비 중인 김옥두 전 목표농협 상무는 지난 8일 목포시내 모처에서 e대한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현 조합장 제도의 문제점을 이같이 말한 뒤 “그걸 바꿔내려면 개선을 요구해야 하는데 조합장이 그 요구를 안 받아주니 사람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본인의 결심 배경을 설명했다.
김 전 상무는 목포농협과 관련, “목포농협에선 ‘비상임 조합장’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조합장은 조합을 대표만 하고, 전문 경영인인 상임이사가 들어와서 경영에 전념하라는 취지”라면서 “하지만 조합장이 자기 측근을 상임이사로 세워놓고 마치 ‘상임 조합장’처럼 모든 전권을 휘두르는 제도가 됐다. 조합장을 몇 십 년이고 계속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제도가 됐다”고 비판했다.
김 전 상무는 조합장의 ‘장기집권’ 현상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에서 벗어나면 독단과 독선으로 귀결된다. 절차도 안 지키고 결과도 안 좋으면 그 책임을 누가 지나?”라면서 “조합장은 권한만 있고 책임은 안 진다. 그 책임은 고스란히 조합원들 몫으로 떨어진다. 최악의 경우 감자가 된다든지 자본잠식이 될 수도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전 상무는 조합원들을 향해 “농협에 관심을 가지시기 바란다. 조합이 잘못하고 있어도 지적하지 않는다면, 그게 조합장이 독선과 독단으로 빠지게 만드는 요소다”면서 “조합원들에게도 그걸 막아야할 책임이 있다”며 적극적인 참여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김 전 상무와 가진 일문일답.
내년 3월에 전국 농수축협 조합장 동시선거가 열리는데, 목포농협 조합장에 도전장을 낸 계기는?
“협동조합은 모름지기 조합원의 것이다. 조합원들이 출자해서 사업하고 조합원들이 이용하고 이익이 생기면 배당도 하고 직원 월급도 주는 조직이 돼야 한다. 협동조합 정신을 함축적으로 담은 캐치프레이즈가 있다. ‘each for all, all for each’다. ‘1인은 만인을 위해, 만인은 1인을 위해’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협동조합은 몇몇 사람이 좌우하는 농협이었다. 조합장이 의결권을 가진 대의원만 잘 구슬리면 독단과 독선이 가능하다. 묵묵히 농사에 전념하는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소외되는 협동조합은 이제 청산돼야 한다. 그건 협동조합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 그걸 바꿔야 한다. 바꿔내려면 개선을 요구해야 하는데 조합장이 그 요구를 안 받아주니 사람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년 조합장 선거에) 정 나설 사람이 없으면 내가 나서서 바꾸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기본적으로 협동조합장은 주어진 임기 4년 동안 조합원으로부터 경영권을 위임받은 CEO지, 오너가 아니다. 근데 마치 오너 행세를 한다. 그것이 문제다.”
내년 3월 목포농협 조합장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김옥두 전 목포농협 상무가 지난 8일 토마토농장에서 일손돕기 중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사진: 박정배 기자 |
농협과는 어떤 인연?
“농협대학을 졸업하고 1983년도에 농협에 입사해 2019년 말 퇴직 전까지 36년간 농협에서 근무했다. 28년을 목포시에서 했고 나머지 8년은 신안군 3개 농협에서 근무했다. 옛날에 신안군청이 목포에 있었다. 생활권, 경제권이 같다고 해서 목포와 신안이 하나의 인사 구역으로 묶여 인사교류를 했다.”
주로 하신 업무는?
“직원 시절엔 경제 사업 중에서 구매 업무를 맡았다. 조합원들이 생활이나 영농에 필요로 하는 물자를 사서 공급하는 업무다. 쉽게 말하면 농약, 비료, 유류, 일반 자재를 구입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농업인 입장에서 생산해서 파는 것은 농산물 판매라고 해서 구분을 한다. 책임자가 돼서는 경제상무 1년, 신용상무 3년, 나머지는 지점장을 맡았다.”
아까 ‘조합장이 오너 행세를 한다’고 하셨는데 무슨 의미?
“조합장에는 상임 조합장과 비상임 조합장 제도가 있다. 상임 조합장은 3선까지만 연임할 수 있고 4번 이상 할 수 없다. 반면 비상임 조합장은 그런 제한을 안 둔다. 목포농협에선 비상임 조합장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제도 취지는 아주 좋다. 농사 짓다 들어온, 전문지식이 없는 조합장은 조합을 대표만 하고, 전문 경영인인 상임이사가 들어와서 경영에 전념하라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운용되지 않는다. 상임이사를 추천하는 데 조합장 힘이 막강하게 작용하고 의중에 따라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합장이 자기 말 잘 들을 사람, 자기 측근을 상임이사로 세워놓고 마치 ‘상임 조합장’처럼 모든 전권을 휘두르는 제도가 됐다. 결국은 원래 취지와 전혀 다르게 조합장을 몇 십 년이고 계속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제도가 됐다. 조합장에 한 번 당선되면, 특히 도시 농협에선 다른 후보들이 이길 방법이 없다. 일단 지명도가 떨어지니 그렇다. (선거를 통해) 바뀔 가능성이 없으니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한다.
절차적 정당성에서 벗어나면 독단과 독선으로 귀결된다. 결과라도 좋으면 다행이지만, 절차도 안 지키고 결과도 안 좋으면 그 책임을 누가 지나? 조합장이 지나? 안 진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안 진다. 그 책임은 고스란히 조합원들 몫으로 떨어진다. 최악의 경우 감자가 된다든지 자본잠식이 될 수도 있다. 제도 자체의 문제 이전에 그 자리를 맡은 사람의 생각, 올바른 생각을 실천할 의지가 중요하다. 그런 마인드가 없는 사람이 그 자리에 앉으면 안 된다.”
조합장 임기는 몇 년인가?
“4년이다. 하지만 목포와 같은 비상임 조합장은 무제한이다. 강산이 여러번 바뀔 동안 연임한 경우도 있다. 20세에 들어온 직원이 50살이 될 때까지 조합장이 가진 사고대로 따라하면 그 조직이 발전할 수 있겠나. 한 사람이 오랜 세월 동안 자기 틀에 갇혀서 거기 속한 직원들마저 자기 틀에 가두려고 한다. ‘내 말 들어,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내 말이 맞아’ 이렇게 가면 독재다. 조직에 발전이 없다. 새 사람이 와서 새로운 사고를 접목해 조합원을 위해 뭘 해야 이익을 줄 것인지, 뭘 해야 조합원들이 만든 조합을 더 발전시킬 건지 이런 고민을 해야 바람직하다. 아까도 말했듯 조합장은 어떤 사고를 갖고 어떤 실천 의지를 가진 사람인가가 중요하다. 내 생각엔 조합장은 최장 재선까지만 하고 3선 이상을 하면 안 된다고 본다.”
내년 3월 목포농협 조합장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김옥두 전 목포농협 상무가 지난 8일 e대한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본인의 결심 배경과 농협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박정배 기자 |
목포의 특산물은?
“목포 지역은 주된 특산물이 없다. 농사도 소규모다. 그래서 이분들을 어떻게 하나로 묶어서 작목회 등의 이름으로 출하에 힘쓰겠다는 건 민망한 논리 같다. 나도 목포에서만 28년 근무했지만, 그렇게 묶을 품목이 없다.
특산물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영암 같은 곳은 무화과 농사를 많이 짓는다. 해풍이 있어야 무화과가 맛있게 된다고 한다. 박부길이라는 분이 무화과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무화과가 저장성이 없다. 교통이 불편해서 신안 관내에서는 목포까지 나오는 데만 해도 3~4시간이 걸리니 안 되고, 목포 인근 일부 지역에서 무화과 농사를 많이 짓는다.
그리고 여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벼, 양파, 마늘, 고추, 참깨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한다.
목포는 도서를 끼고 있다. 섬 거주민 중에는 김 양식하시는 분이 50여 분, 통발 작업하시는 분이 열 몇 분 정도 된다. 우리나라 농사도 복합 영농이라고 해서 주된 작물이 없다. 그래도 농협이 이것을 판매해야 할 역할이 있다.”
목포농협이 해야 할 일과 개선해야 할 점은?
“해마다 보면 농협중앙회 앞에서 농민 단체에서 쌀가마니를 불사르는 퍼포먼스를 한다. 생산원가를 정하는 기준이 있겠지만 마진도 있어야 하니 농민단체에서 요구하는 목표가격과 정부에서 제시하는 목표가격 간에 격차가 굉장히 크다. 그런 격차를 없애달라고 농협에 요구하는데, 농협이 농민을 대표해서 정부에 따지지 못할 바엔 농협이 농민단체 목표가격과 직불금 간의 차액을 보전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 왜냐면 농민의 권익을 위한 단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목표가격과 별도로 농민 단체가 요구하는 가격을 참고해서 목표가격을 농협 나름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 아무래도 쌀이 가장 주된 작물이니, 그 차액을 농협에서 지급하는 그런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한다. 협동조합이라는 간판을 달고 사업에서 수익이 생겼으면 농민 조합원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 써야 할 것이다.
또 차량으로 이동하며 꿀을 따는 양봉농가를 위한 유류비지원, 김양식 하는 조합원을 위한 원초 저장시설 설치, 연로하신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농작업 대행사업 등도 실시해야 한다. 이는 25억원에 가까운 교육지원 사업비 중 선심성 예산 지출을 줄이고 영농생산 지원비 비중을 늘리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또한 농협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선 무리한 고정투자를 지양해야 하고, 모든 의사결정 과정은 투명하고 정당하게 이뤄져야 하며 숨김 없이 공개돼야 한다.”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조합원들이 농협에 관심을 가지시기 바란다. 그래야 조합원들이 누릴 권익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조합이 잘못하고 있어도 지적하지 않는다면, 좋게 말하면 너그러운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무관심이다. 조합원들은 대부분 고령층인 데다 농촌에서 순박하게 살았기 때문에 그렇다. 잘못됐다고 하면 낯이나 붉히고 조합장하고 사이만 나빠지지 득 될 게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피해가는 측면도 있다. 그게 조합장이 독선과 독단으로 빠지게 만드는 요소다. 조합원들에게도 그걸 막아야할 책임이 있다. 그 방안으로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그러면 우리 목포농협이 미래 세대를 위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박정배기자 pjb@dnews.co.kr/권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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