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바다골재 공급 축소정책에도
20년간 골재파동 일어나지 않은 건
끊임없는 공급 다변화로 이룬 성과
골재 품질 떨어지면 건축물도 위험
불량기업 솎아내야 산업성장 가능
업계도 품질강화ㆍ자정노력 필요해
바다골재 공급규제 완화 동반돼야
골재산업 ‘ESG경영’ 동입 박차
국제포럼 등 경쟁력 강화에 매진
박도문 한국골재협회장(대원그룹 회장) / 안윤수기자 ays77@ |
[e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올해 4번째 연임에 성공한 박도문 한국골재협회 회장(대원그룹 회장)은 소감을 묻는 말에 ‘임중도원(任重道遠)’이라는 사자성어로 대신했다. ‘선비는 뜻이 넓고 굳세어야 한다. 짐이 무겁고 길은 멀기 때문(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이라는 〈논어〉의 태백편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골재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이 좋지 않은 만큼 책임이 무겁다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동시에 지난 9년간 큰 뜻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결실의 보답이 분명 있을 것이란 자신감의 발언이기도 하다.
태백편에서 임중도원 뒤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이어진다. ‘덕을 임무로 삼았으니 무게는 견딜 만하고, 죽을 때까지 할 일이니 진전이 더디어도 괜찮다(仁以爲己任 不亦重乎 死而後已 不亦遠乎).’
회원사들의 만장일치로 재선출됐다. 4회 연임으로 협회를 이끌게 됐는데.
“협회의 성장을 위해 남은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스스로 만족하지 않으면 보람이 없는 거다. 지난 9년간(2013∼2021년) 골재협회 회장직을 맡으며 열심히 뿌려놓은 씨앗을 아직 충분히 수확하지 못했다. 53년간 기업인으로서의 다져진 역량을 협회에 쏟아 붓겠다. 임기(3년) 동안 골재산업과 관련된 불합리한 규제를 반드시 개선하고, 산업도 한 단계 성장을 이끌어 내겠다.”
수급 위주의 양적성장에서 질적 성장체제로 전환을 약속했다. 질적 성장을 위한 방안은.
“2017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바다골재 공급 축소 정책을 시행했음에도 지난 20년간 단 한 번도 골재 파동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는 우리 골재산업이 정부의 불합리한 규제에도 자발적인 노력으로 부단히 공급원을 다변화한 결과이며, 우리 산업이 일궈낸 성과다. 그러나 이제는 ‘질(質)’을 논할 때다. 골재 품질이 확보되지 않으면 건축물의 품질 확보도 어렵다. 건설 기술이 발전하고 국민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는 것에 부응해 좋은 품질의 골재를 시장에 공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업계 스스로 자정하고 정부의 품질 잣대를 과감히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 1월 광주 화정동 주상복합건물 붕괴 사고에서도 불량 골재 사용 정황이 드러났다.
“불량 골재는 반드시 시장에서 사라져야 한다. 연장선상에서 불량 골재를 공급한 회사도 당연히 퇴출되어야 한다. 여러 전문가는 정부가 바다골재와 같은 양질의 골재 공급을 일방적으로 제한한 결과, 마사토와 같은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진 골재로 대체되면서 광주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그 지적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업계의 책임이 줄지는 않는다. 불량 골재가 유통ㆍ사용된 사실에 있어, 공급자인 우리 업계와 사용자 모두 자성해야 한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적으로 충분히 보완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6월부터 골재 품질검사제도를 도입했다. 보완 대책으로 충분하다고 보는지.
“충분하지는 않지만, 기틀은 마련한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정부가 KS 인증을 줄 때 샘플 검사를 한 후에는 품질검사를 업계에 맡겨 왔다. 이번 제도 시행에 따라 정기적으로 골재 품질검사를 전문기관에 의뢰하도록 했다. 앞으로는 한국골재산업연구원이 골재품질 관리 업무를 맡게 된다. 검사 결과가 좋지 않은 회사는 결국 업을 접도록 해야 한다. 불량 기업을 정확하게 솎아내지 못하면 우리 산업이 결코 성장할 수 없다. 다만, 골재 외 레미콘 품질 관리도 추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수명 건축물은 장수명 골재와 콘크리트를 시장에 공급할 때 달성이 가능하다. 골재 단계에서만 품질관리가 끝나면 안 된다. 레미콘 품질도 엄격하고 투명하게 관리해 광주에서처럼 저가의 불량 골재를 사용해 레미콘을 제조하고도 처벌받지 않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협회가 풀어야 할 불합리한 규제가 있다면.
“무엇보다 바다골재에 대한 억지스러운 공급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 바다골재는 바다가 만들어낸 천연의 자원이다. 속이 꽉 차 있기 때문에 세척을 거쳐 시멘트와 섞으면 양생이 잘되는 좋은 콘크리트가 탄생한다. 반면 마사토는 속이 비어 있어 콘크리트 제조 과정에서 물을 흡수하고, 양생이 과도하게 늦어지며 광주 붕괴 사고 같은 결과는 만들어 낸다. 마사토의 품질이 안좋다는 것을 광주 레미콘사들도 알았을 텐데 사용한 데는 이유가 있다. 정부가 총 골재 공급량 중 11% 비중을 담당했던 바다골재를 어업인 민원을 이유로 공급량을 절반이나 축소해버린 탓이다. 바다골재의 적정 비중은 10%가 적당하고,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도 근거리 바다골재 사용을 오히려 권장한다. 이번 정부에서는 남해EEZ 골재채취단지 및 연안의 바다골재 예정지가 조속히 개발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규제가 완화되길 기대한다. 부산 레미콘사가 인천에서 골재를 들여오는 억지스러운 상황은 빚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 아니겠는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1호 사고가 삼표산업 골재 채취 현장에서 발생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정부의 불합리한 규제가 만들어낸 사고란 생각도 지우기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는 석산에서 산림골재를 채취 과정에서 발생한 토사물을 반출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토사물이 가득 찬 상황에서 석산의 6부 능선에 경사도 35도 이하로 채석하도록 강제한 규정 탓에 작업지가 비좁고 위험하다. 정부도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떠한 규제를 어떻게 개선해야 근로자가 더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박도문 회장은 지난 5월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야 만찬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행사를 이끌기도 했다. 행사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병준 대통령직인수위원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비롯해 국내외 기업인 400여명이 참석했다. 왼쪽 네 번째부터 윤석열 대통령, 박도문 회장. /사진=한국골재협회 제공 |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야 만찬추진위원회장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 대통령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국민이 하나 돼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고, 국가경제 정책으로 노사ㆍ지역ㆍ빈부ㆍ젠더 갈등을 해소해 화합과 통합의 시대를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또한, 정의와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시대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반드시 실현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업인으로서 그저 상식적인 시장 여건이 조성되길 바랄 뿐이다.”
내년이면 한국골재협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이한다.
“골재산업은 비록 1차 산업이지만, 최근 화두가 되는 ESG 경영을 도입해 골재업계도 친환경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에 국한되었던 골재산업의 범주를 국제적으로 확대하도록 올해 안에 국제골재협회와 포럼을 열고 교류를 확대하며 우리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려 한다. 앞으로의 협회와 업계의 성장을 지켜봐 달라.”
만난사람=정회훈 산업2부장, 정리=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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