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의 프로세스는 몇 단계로 구분된다. 대체로 기획설계로 시작해서 실시설계로 마무리되는데, 이 중에서 계획 설계의 디자인단계에서 한참 꿈을 꾸다보면 자칫 유행의 유혹에 빠지는 일도 생긴다. 우리가 유행을 경계하고 거기에서 자유로워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일단 트렌디한 스타일이나 패턴, 형식들에 집착하는 경우, 일정시간이 지나면 그 디자인은 구태의연한 건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디자인에 있어서 시대정신과 유행은 달리 해석되어야 한다.
거장들일수록 장식적인 유형들은 삼가고 재료도 솔직하게 사용한다. 형태적인 단순함과 절제된 미학이 유행이나 재능에 의한 기교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남긴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들의 작품에서 교훈을 얻지만 타임리스(Timeless)의 걸작을 만들어내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최근 프리츠커 수상작 중에는 유행이나 미학적인 관심보다는 사회적인 이슈와 공공성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다룬다. ‘less esthetics, more ethics’라는 선언문이 있다.
그렇다. 사유재산이라도 어떤 의미에서 모든 건축은 공공재이므로 덜 아름다울지언정, 더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글ㆍ그림=임진우(건축사ㆍ정림건축ㆍ한국건축가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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