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지난주 브리티시오픈이 열린 코스에는 깊은 벙커가 많더라고요. 볼이 그런 벙커에 빠지면 난처하겠던데요.
A: 대회장인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GC 올드코스에는 112개의 벙커가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 퍼팅그린 쪽의 턱이 높은 항아리 형태입니다. 볼이 그런 벙커 턱 밑에 멈추면 옆이나 뒤로 빼내든지, 언플레이어블볼을 택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항아리형 벙커는 세계적 선수들에게도 위협적이었습니다.
볼이 깊은 벙커 안에 멈출 경우 샷을 강행할 것인지, 언플레이어블볼을 택할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사진: 골프다이제스트 제공 |
국내 골프장 가운데도 벙커 턱이 높은 곳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벙커에서 단번에 볼을 탈출시키면 좋겠지만, 몇 차례 헤매다가 ‘스코어 참사’를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핸디캡 9인 아마추어 ‘고수’들의 샌드 세이브(벙커샷을 한 후 1퍼트로 홀아웃하는 확률)는 10%가 채 안됩니다. 볼이 열 번 벙커에 들어가면 그중 한 번 파세이브를 할까말까하다는 얘기입니다. 파세이브는커녕 보기 플레이 수준의 아마추어들에게 벙커는 탈출이 급선무인 수가 많습니다. 턱높은 벙커에서 벙커샷을 강행하다가 ‘빅 넘버’를 자초하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깊은 벙커에서 골퍼들이 참사를 당하지 않는 길이 있습니다. 언플레이어블볼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벙커에서 언플레이어블볼을 택하는 것은 비겁함이 아니라, 차선을 구하려는 전략의 하나입니다. 이제는 무릎 높이에서 드롭하기 때문에 볼이 모래에 박힐 가능성도 한층 낮아졌습니다.
벙커에 멈춘 볼에 대해 언플레이어블볼을 하기로 하면 1벌타를 받은 후 몇 가지 구제 방법을 택할 수 있습니다.
첫째 직전 스트로크한 곳으로 돌아가서 플레이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파3홀에서 티샷이 깊은 벙커에 박혀 언플레이어블볼을 택했다면 1벌타를 받은 후 티잉구역으로 되돌아가서 3타째를 치면 됩니다. 퍼팅그린 주변에서 짧은 어프로치샷을 한 것이 벙커 턱에 박혀 언플레이어블볼을 택했다면 1벌타 후 조금 전에 스트로크한 곳으로 가서 치면 됩니다. ‘스트로크와 거리 구제’인 이 방법을 아예 생각하지 않는 골퍼들이 많으나 직전 스트로크한 곳이 벙커에서 그다지 멀지 않다면 이 옵션을 적극 고려할 만합니다.
둘째 후방선 구제입니다. 1벌타 후 홀과 볼이 있는 지점을 연결하는 볼 후방선에 드롭하고 스트로크하는 것입니다. 단, 이때 볼은 벙커 안에 드롭해야 합니다.
셋째 측면 구제입니다. 1벌타 후 볼이 있던 지점에서 홀에 가깝지 않은 곳으로 두 클럽 길이 이내의 구역에 드롭하고 스트로크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 역시 구제구역은 벙커 안으로 한정됩니다.
이 세 가지 구제 옵션이 미흡할지 모르는 골퍼들을 위해 추가적인 구제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2019년 골프 규칙 개정 때 신설된 방법입니다.
이는 후방선 구제인데, 벙커 밖에 드롭하고 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벙커 밖으로 나올 수 있으므로 2벌타가 따릅니다. 벙커에서 언플레이어블볼을 택할 때 일반적인 후방선 구제라면 1벌타 후 볼을 벙커 내에 드롭해야 하지만, 이 추가적인 후방선 구제 방법은 2벌타를 받은 후 벙커 밖에 드롭할 수 있습니다.
초보자, 벙커에 유난히 약한 골퍼라면 2벌타가 따르더라도 벙커밖 후방선 구제를 생각해볼만 하겠습니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언플레이어블볼을 선언하고 벙커 안에 드롭하기 전에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구제구역에 있는 모래를 고무래나 클럽ㆍ발 등으로 평평하게 고를 수 없습니다.
골프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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