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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안철수 의원 ‘주류 편입 작전’ 득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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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7-26 05:00:37   폰트크기 변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는 이유는 공천권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정치권에 파다하다. 본인이 출마선언에서 ‘시스템공천’을 약속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의미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첫 대권도전에 실패하자 당권을 장악해 당내 친문(친문재인) 세력을 구축한 뒤 이를 기반으로 대권 재수에 성공했다. 이 의원이 문 대통령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려 한다는 분석은 정치권에선 이미 구문(舊聞)이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인사들 중에서 대권주자 급은 현재로선 안철수 의원이 유일하다. 오세훈 홍준표 유승민 등 여타 주자들이 모두 광역단체장 또는 원외인사로서 운신에 한계가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안 의원은 당권을 발판으로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조건에 있다.

20대 대선 승리 이후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인수위원장 활동 등을 거치면서 안 의원 행보는 국민의힘 주류 편입을 위한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윤석열 초대내각 명단 배제에도 지분요구로 맞서지 않았고, ‘윤핵관’ 맏형 격인 권성동 의원의 대표직무대행 체제에도 거부감 없이 수용하는 자세를 보였다. 또다른 윤핵관 장제원 의원의 권유로 분당갑 보선에 출마해 당선되는 등 그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당내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의 도움을 받아 당권을 차지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그래서 나온다.

안 의원의 보수정당 주류 편입 시도는, 2011년 정계 입문 당시 좌파 진영에서 출발한 뒤 19대 대선 중도후보 출마를 거쳐 20대 대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계속된 ‘우클릭’ 여정의 마지막 구간으로 보인다. 이념적 성향 자체의 변화 때문이라기보다는 궁극적으로 대권을 잡기 위한 변신의 결과로 보는 시각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다만 안 의원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 당권을 거머쥐더라도 과연 ‘주류의 함정’을 피해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집권 여당 대권주자라는 점 때문이다.

야당 주자는 정권 비판에 열중하며 당내 경쟁자들만 모두 제치면 결승점이 눈앞에 보이겠지만 여당 주자는 그렇지 못하다. 현직 대통령 지지도라는 외생변수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선후보의 패배 원인을 놓고 본인의 결격사유 때문이냐, 문재인정부의 실정 때문이냐 지금도 티격태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5년 단임제에서 현직 대통령의 지지도는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고, 정권 재창출 동력은 바닥을 드러내기 십상이다. ‘3金 시대’ 이후 현직 대통령의 후계자를 자처하며 대권에 성공한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소속 정당 대권후보로부터 이른바 ‘차별화’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며, 심지어 지지도 40%대를 유지하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본인 후광을 자당 대선후보의 득표 밑천으로 보태주지 못했다.

안 의원이 친윤계의 도움을 받아 당권을 잡기 위해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할 우군(友軍) 역할을 자임해야 하며, 사후에도 원활한 당청관계 유지에 힘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윤 정부의 임기말 지지도가 일반론에서 못 벗어나 하향곡선을 그린다면 윤 정부와 주파수를 맞췄던 대권 주자는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정당이 선거를 앞두고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 당권파 내지는 주류 측과 가장 멀리 대척점에 있는 비주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는 사실은 역대 정치가 보여주고 있다. 2011년 이명박 정부 임기 4년 차에 오세훈 시장 중도사퇴, 안철수 신드롬, 박원순 시장 당선 등 보수 진영에 최대 위기가 닥쳤을 때 주위 박수를 받으며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인물이 비주류 친박계 수장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정치 일선에 복귀해 2012년 4월 19대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그 여세를 몰아 그해 12월 대권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안 의원의 보수정당 주류 편입 노력이 향후 어떤 득실로 귀결될지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태양 가까이 날다 밀랍 날개가 녹아 지상으로 떨어져 죽은 그리스 신화 속 이카로스의 얘기도 한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권혁식 정치부장(부국장) kwo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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