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 고수하다 브리티시오픈 배제
275년만에 여자회원 12명 첫 입회
고진영ㆍ박인비 등 韓선수 18명 출전
일본 선수도 12명으로 ‘역대 최다’
뮤어필드GC 클럽하우스와 18번홀 퍼팅그린. /사진:뮤어필드GC 홈페이지 |
미국LPGA투어 시즌 다섯 번째 메이저대회인 AIG 위민스오픈(총상금 730만달러, 우승상금 109만5000달러)이 4일(현지시각) 스코틀랜드 이스트 로디언의 뮤어필드GC(파71·길이6753야드)에서 티오프했다.
남녀 골프를 통틀어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라는 점 외에 이 대회의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뮤어필드에서 처음 열리는 여자 메이저대회
뮤어필드GC는 1891년에 개장한 세계 최초의 회원제골프장이다. 더욱 2016년까지는 여자회원을 받아들이지 않은 금녀의 골프장이었다. R&A에서 “여성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브리티시오픈을 열 수 없다”고 통보하자 2017년 회원투표로 여자회원의 입회를 승인했다. 그러고 골프장 창설 후 275년 만인 2019년에 처음으로 여자회원 12명을 입회시킨 곳이다. 뮤어필드GC에서는 1892년부터 2013년까지 브리티시오픈을 16회 개최했다. 이는 세인트 앤드루스GC(30회), 프레스트윅GC(24회) 다음으로 많은 횟수다. 여자 메이저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랫동안 여성을 차별해온 골프장에서 열리는 첫 여자 메이저대회인 만큼 일부에서는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가장 공정한 테스트의 場
뮤어필드GC는 보통의 링크스 코스와는 다르다. 은폐된 벙커가 없고 까다로운 언덕이 없다. 티샷 낙하지점이 다 보여 블라인드 샷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나무와 페널티구역도 없다. 바람을 제외하고 위험한 요소는 다 개방돼 있어 선수들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정직하면서도 까다로운 코스’, ‘공정하게 기량을 테스트할 수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 1966년 이곳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에서 첫 승을 거둔 잭 니클라우스는 이 코스에 반해 미국 오하이오주에 뮤어필드 빌리지GC를 만들었다.
날씨가 맑을 경우 페어웨이의 경도가 아주 높아진다. 따라서 뒷바람이 불 경우 볼은 지면에 낙하한 후 한없이 굴러간다. 2013년 브리티시오픈 때 찰 슈워첼은 15번홀(길이 448야드) 드라이버샷이 지면에 떨어진 후 150야드를 굴러가 퍼팅그린에 올라간 적이 있다. 그해 마쓰야먀 히데키(일본)도 3번 아이언샷이 뒷바람을 타고 300야드 가더라고 했다. 이곳에선 티샷이든 어프로치샷이든 캐리와 런의 계산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도그레그 레프트인 17번홀(파5)을 승부처로 꼽는 이들이 많다. 벙커와 페스큐잔디 러프로 무장한 이 홀에서는 2온이 가능하지만, 보기 이상의 스코어도 빈발해 선수들의 희비가 갈리는 곳이다. 2013년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필 미켈슨은 최종일 17번홀에서 3번우드-3번우드로 2온을 한 후 버디를 기록하며 승기를 잡았다. 당시 그는 나흘 동안 한번도 드라이버를 잡지 않았고 웨지를 5개 갖고 나가는 전략을 펼쳤다. 1972년 브리티시오픈에서 리 트레비노가 칩인으로 토니 재클린을 제치고 우승을 확정한 곳도 17번홀이다.
◆한국·일본 선수 가운데 챔피언 나오나
이번 대회 출전선수 144명 중 한국선수는 18명이다. 일본 선수는 12명으로 역대 최다다.
이 대회는 1994년 미국LPGA투어로 편입됐고 2001년 메이저대회로 승격됐다. 메이저대회로 지난해까지 치러진 21번의 대회에서 한국선수는 여섯 번, 일본선수는 한 번 우승했다. 최근으로 따지면 한국은 2017년 김인경이, 일본은 2019년 시부노 히나코가 우승했다.
링크스코스에서는 다음샷을 하기 좋은 곳에 볼을 갖다놓는 코스 매니지먼트가 긴요하다. 지면이 단단해 장타력보다는 정확한 샷을 하는 선수가 유리할 듯하다. 최근 부진하지만, 2015년 챔피언 박인비에게도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한국선수들은 올해 열린 4개 메이저대회에서 전인지(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만 우승컵을 들었다. 고진영·김효주·김세영·이정은 등이 메이저 타이틀을 추가할지 지켜볼 일이다.
일본의 기세도 높다. 지난주 트러스트골프 위민스 스코틀랜드오픈에서 우승한 ‘신인’ 후루에 아야카와 세계랭킹 9위 하타오카 나사, 3년전 이 대회 챔피언 시부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를 한 사이고 마오, 2021년 US여자오픈 챔피언 사소 유카 등이 우승을 노린다.
미국LPGA투어 메이저대회 총 승수는 한국이 35승, 일본이 3승이다.
김경수 골프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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