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데스크칼럼] 이준석과 ‘내부 총질’, 그리고 재승박덕(才勝薄德)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2-08-06 18:29:44   폰트크기 변경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일 비상대책위 출범을 위한 상임전국위 의결 뒤 SNS에 ‘후회 없는 결말’을 적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비대위가 출범하게 되면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가 끝나더라도 대표직 복귀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데 대한 반발일 것이다.

법적 대응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비대위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출범의 단서가 된 ‘비상상황’에 대한 인식, 당대표 직무대행의 비대위원장 임명 등에서 법리적 하자를 지적해 비대위 출범을 원천 무효시키겠다는 의도다. 법원이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줄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본인의 정치적 앞날을 위해 바람직한 선택인지 의문이 앞선다.

설사 이 대표가 허점 공략에 성공해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진들 ‘상처뿐인 영광’이란 지적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경쟁과 갈등이 일상적인 관계로 여겨지는 야당과의 법적 분쟁이 아니라 ‘한배를 탄’ 같은 정당 내부의 다툼이라는 점에 이 대표의 딜레마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메시지가 처음 공개됐을 때 그 표현의 진위가 금방 와닿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억을 수개월 전으로 되돌려서야 대선 당시 이 대표가 이른바 ‘윤핵관들’과 마찰을 빚으며 대선후보 지지율을 위태롭게 하던 때를 염두에 둔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메시지 공개 이후 이 대표가 ‘나와선 안될 발언’ , ‘한심한 인식’, ‘형용모순’이란 단어를 써가며 윤 대통령을 비난하고, 윤핵관을 향해선 삼성가노(三姓家奴)라면서 공격할 때 “이런 걸 두고 내부총질이라 했구만”이라는 인식을 많은 국민들이 갖게 했다. ‘ 내부 총질’의 명제가 참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주지하는 바대로, 정치는 법리의 세계와는 다르다. 법 조문을 유리하게 해석해 판사의 공감을 얻어내고 승소할 수 있다 하더라도 정치인의 길을 계속 걷기 위해선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아무리 명문대를 졸업하고 논리 싸움에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콘텐츠와 언변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국민들 보편 정서를 끌어안지 못한 채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면 정치인으로서 ‘완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대표가 비대위 출범 움직임에 수일 전부터 절차상 하자를 지적해 왔지만 당내 동조 세력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고위, 상임전국위를 거친 비대위 출범안이 오는 9일 전국위까지 통과한다면,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1년 2개월 간 대표직 수행에도 여전히 당내에선 이 대표를 비토하는 세력이 많다는 방증이다.


본인도 보수정당 입당 이후 뿌리를 내리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적잖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에 대한 문제의식이 임계점에 도달하기도 전에 설상가상으로 이번 사건은 이 대표의 고질적인 약점을 다시 부각하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조금도 밑지고는 못 사는 성미’, ‘되로 받으면 말로 되갚아야 직성이 풀리는 기질’. 한 정치 거물을 사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배신자 프레임’에 버금가는 ‘재승박덕(才勝薄德)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상대로 총기(聰氣)를 발산하면 할수록 그런 프레임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중국 전국시대 조나라 상경(上卿) 인상여가 노장군(老將軍) 염파를 일부러 피해 다녔다는 일화에서 비롯된 부형청죄(負荊請罪)의 고사는 ‘내부 총질’의 위험성과 대의를 위해 소아를 버린 정치인의 덕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대표에게는 ‘남을 넓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나 행동’으로 정의되는 덕(德)의 의미를 되새기고 체화(體化)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해 평소 우호적인 인사들조차 이 대표를 만류하는 배경도 그런 시각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재승과 후덕(厚德)이 상호모순이 아닌 모범 사례를 만들어내는 길에 이 대표의 미래가 있다고 본다.


권혁식 정치부장(부국장) kwonhs@

〈ⓒ e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