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젖어 로컬룰 ‘프리퍼드 라이’ 채택 때문
페어웨이 잔디 길이 이하 지역에서만 적용
2016년 USPGA 챔피언십에서 한 선수가 프리퍼드 라이 구제를 받기 위해 한 클럽 길이를 재고 있다. /사진:USPGA 제공 |
‘어! 인플레이볼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어들면 안되는 것으로 아는데 왜 선수들이 볼을 집어든 후 다시 놓지?’
지난주 열린 국내 남녀 프로골프대회 중계를 본 골퍼들 가운데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을 법하다.
KPGA 코리안투어 우성종합건설오픈은 11~14일 전남 영암 사우스링스영암CC에서, KLPGA투어 대유위니아·MBN여자오픈은 12~14일 경기 포천 대유몽베르CC에서 각각 열렸다.
두 대회가 열리는 기간에 비가 많이 내려 코스가 축축해졌다. 그래서 두 투어의 경기위원회에서는 각각 대회의 전 라운드에 로컬룰 E-3(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한 것이다.
프리퍼드 라이는 비정상적인 코스 상태가 광범위하게 퍼져 공정한 플레이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경우 위원회에서 플레이어들이 공정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페어웨이를 보호하기 위해 채택하는 로컬룰이다.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하는 가장 흔한 사례는 비가 많이 내려 페어웨이가 젖어있거나 볼에 흙이 묻는 경우에 볼 수 있다.
이 로컬룰이 적용되면 플레이어들은 볼을 원래의 지점에서 집어올려 닦은 후 특정한 길이(한 클럽 길이·스코어카드 길이·6인치) 이내의 구제구역에 플레이스하고 칠 수 있다.
다만, 페어웨이가 아닌 곳에서 이 로컬룰을 적용하면 플레이어가 언플레이어블볼을 선언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놓인 곳에서도 페널티없는 구제를 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일반구역의 잔디를 짧게 깎은 구역(페어웨이 잔디 길이와 같거나 더 짧은 구역)에 놓인 볼에만 이 로컬룰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페어웨이나 그린 주변 잔디를 짧게 깎은 프린지 등지에 놓인 볼에만 이 로컬룰이 적용되는 것이다.
우성종합건설오픈에서는 구제구역을 스코어카드 길이 이내로 했다. 대개 6인치(약 15㎝)에 해당한다. 선수들은 페어웨이 잔디 길이 이하로 깎인 곳에 놓인 볼을 집어든 후 원래 볼이 있던 곳에서 스코어카드 길이 이내의 지역에 플레이스하고 플레이했다. 물론 홀에 가깝지 않은 곳이어야 한다.
대유위니아·MBN여자오픈에서는 구제구역을 원래 볼이 있던 곳에서 한 클럽 길이로 정했다. 우성종합건설오픈보다 더 여유있게 구제구역을 부여한 것이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박현경이 세컨드샷을 하기 전에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하기 위해 한 클럽 길이 구역을 재고 그 안에 플레이스를 하는 장면이 화면에 비쳤다.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하면 인플레이볼을 집어들어 닦은 후 라이가 좋은 곳에 놓고 치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이 로컬룰이 적용되는 대회에서 나오는 스코어는 공식기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대유위니아·MBN여자오픈이 그랬다. 또 미국골프협회(USGA)나 R&A에서는 프리퍼드 라이가 ‘볼은 놓인 그래도 플레이한다’는 골프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 하여 좀처럼 이 로컬룰을 적용하지 않는다.
페어웨이 잔디보다 짧게 깎은 지역에서만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러프에서도 이 로컬룰이 적용되는 것으로 잘못 알아 페널티를 받은 사례가 있었다. 일부 골프장은 퍼팅그린과 페어웨이 사이의 공간에 잔디를 길게 해놓는 일이 있다. 어프로치샷을 한 볼이 굴러서 퍼팅그린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그런 곳에 볼이 멈춰도 프리퍼드 라이 적용을 받지 못한다.
프리퍼드 라이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볼 옆에 비정상적인 코스 상태(배수구, 일시적으로 고인 물 등)가 있을 경우 플레이어는 두 가지 구제 방법 중 택일해 구제받을 수 있다. 프리퍼드 라이를 먼저 적용하든지, 비정상적인 코스 상태로부터 구제를 먼저 받든지 플레이어가 선택하면 된다.
김경수 골프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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