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부 안종호 기자 |
[e대한경제=안종호 기자] 소위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린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지난 2019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에 폐지되면서 국내에선 대형 금융사기 사건이 잇달아 터졌다. 2019년 하반기 부실 발생에 따른 펀드 상환·환매 연기로 투자자들의 약 1조6000억원의 피해를 본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터진 데 이어 2020년엔 계약과 무관한 자산 투자와 투자금 빼돌리기 등으로 투자자들이 약 1조3000억원의 피해를 입은 ‘옵티머스펀드 사기 사건’이 발생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올해 5월 취임하자마자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시켜 사모펀드 사기 등 고도로 지능화된 금융범죄를 겨냥한 수사가 대폭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마약범죄도 고도로 지능화된 범죄들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어 ‘마약범죄합동수사단’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텔레그램과 다크웹 등 온라인 거래로 마약 접근이 쉬워짐에 따라 10대 마약사범이 지난 10년 새 11배 증가하는 등 마약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연령대에 관계없이 지난해 대한민국 전체 마약 압수량은 1296㎏로 2017년의 155㎏에서 8배 이상 폭증했다. 올 상반기 전체 마약사범(8575명)도 작년 동기와 비교해 13.4%늘었다. 이 가운데 밀수ㆍ유통사범(2437명)은 32.7%나 증가했다.
더 이상 우리나라도 ‘마약청정국’이 아니기 때문에 합동수사단이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 마약범죄를 수사하는 부처를 보면 관세청, 대검찰청,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이 있고 마약중독자들을 치료하는 부처까지 광범위하게 확대하면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까지 넓힐 수 있다. 문제는 이들 부처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업무 분담 때문에 ‘부처 간 칸막이’가 발생하며 중복적인 역할을 할 경우 모든 기관들이 서로 등떠밀기만 하고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마약범죄는 국제범죄가 대다수다. 국내에서는 마약을 대규모로 재배할 수 있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해외에서 마약이 생산ㆍ유통되는 것을 해외 정부나 기관들과 연계해 소탕한다. 관세청은 항공, 선박 등 해외에서 온 운반시설들을 탐색해 마약 밀수를 적발하는 역할을 하는데 마약이 초콜릿, 조각상 등으로 숨겨져 적법하게 세관을 몰래 통과하면 그 뒤로는 경찰-검찰이 별도로 마약을 수사한다.
경찰과 검찰들의 마약 수사도 복잡하다. 일단 마약 신고는 경찰이 받고 수사하는데 어느 정도 절차가 진행되면 범죄 성립 여부나 형량 등은 검찰에 맡기는 구조다. 검찰에서 ‘마약수사직’으로 채용된 수사관들은 마약사건뿐만 아니라 강력범죄, 일반 형사범죄와 경제범죄도 담당하고 있어 마약에만 집중할 수 없는 구조다.
국정원, 관세청, 경찰과 검찰이 각각 하나의 마약사건을 가지고도 업무 분담을 하는 경우가 생겨 비효율이 발생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스타 장관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최근 범죄 증가율을 보면 마약범죄합동수사단장은 ‘스타 관료’가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
안종호기자 joh@
〈ⓒ e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