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농협 부추작목반에서 작업을 돕고 있는 남옥현 전 여주농협 상무. /사진: 남 전 상무 측 제공 |
“농협에서 차량으로 지역농산물을 가락동으로 실어준 뒤 거기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아침에 지역에서 안 나오는 농산물을 가락동 시장에서 봐서 하나로마트로 가져오면 싸게 팔 수 있을 것입니다”
내년 3월 여주농협 조합장 선거에 도전장을 낸 남옥현 전 여주농협 상무는 지난 12일 인터뷰를 갖고 ‘농산물 순회수집 차량’ 운행 필요성을 이같이 말한 뒤 “여름 같으면 무, 배추가 이곳에서 안 나오는데, 이들 신선한 야채를 가락동 새벽시장에서 봐서 날마다 가져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 전 상무는 “옛날에는 농산물 순회수집 차량을 운영했다”면서 “지금은 (가락동 야채들이) 유통업체를 거쳐서 하나로마트로 들어오다보니 가격이 비싸지고 경쟁력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남 전 상무는 “우리도 저녁에 우리 농산물 싣고 올라간 뒤 새벽 시장을 봐서 좋은 농산물을 가져와 싸게 공급하면 주민들이 농협을 찾게 돼 있다”고 강조한 뒤 “다만 지금 우리 본점 마트가 좁아서, 또 진열할 때도 마땅치 않아 확장 이전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 후보지로 “점봉지점에 하나로마트를 개설하면 잘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 전 상무는 기존작물 외에 주민소득에 기여할 수 있는 대체작물과 관련,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거, 늘 있어야 되는 거, 꼭 먹어야 되는 거 그래서 마늘을 생각했다”면서 “10월에 마늘을 심어서 이듬해 5~6월에 캐내면 들깨도 심을 수 있고, 배추나 무도 심을 수 있어 이모작이 가능하다. 시범포를 몇 군데 해봐서 시험재배가 잘 되면 이걸 꼭 해보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남 전 상무는 코로나19가 진정 기미를 보이는 데 대해선 “무엇보다 2년 전 코로나가 터지면서 약간 침체돼 있는 팜스데이 마을을 다시 활성화해 도시민의 농촌체험 기회를 늘리고 농가소득 증대로 연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여주농협 식물나라 작목반에서 재배한 친환경 벼 수확을 돕고 있는 남옥현 전 여주농협 상무. /사진: 남 전 상무 측 제공 |
다음은 남 전 상무와 가진 일문일답.
여주농협의 최대 현안은 무엇?
“쌀값 동결에 따른 적자 해소 방안이 시급하다. 올해 쌀 수매가가 지난해와 같이 9만원에 동결되면서 여주농협통합RPC 적자가 9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작년에 쌀 소비가 이래저래 안 됐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 급식도 안 했지, 북한에도 안 줬고, 또 시장 격리곡도 덜 했고.. 뒤늦게 시장격리 하다 보니까 지금 쌀값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작년 가격으로 사들였다가는 너무 적자 폭이 커지니까 1만 5천 원을 깎자 그랬다가 ‘물러나라’고 프랑카드가 여기저기 붙었다. 적자는 지분율에 따라 농협들 간에 나눠 분담을 하게 되는데, 여주농협 분담금만 14억원 정도된다고 한다. 그래도 원래 농협 기반이 튼튼한 편이기 때문에 결산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4%대하던 금리가 5%대로 올랐으니 올해와 내년까지는 순익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인데 한 해 뒤에 끝날 일이 아니지 않나. 계속 이런 문제가 발생되면 안되기 때문에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여주에선 쌀값이 굉장히 민감한 사안으로 보인다.
“그렇다. 여주와 이천은 수매가를 놓고 서로 경쟁한다. 여주와 이천 쌀이 품질이 좋기 때문에 전국 쌀값을 좌우할 정도다. 쌀값을 결정하는 위원회가 따로 있다. 농민회, 농협조합장, 농협이사, 시청 간부 각 몇 명씩 참여하는 여주농협통합RPC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올해도 엄청 예민했는데, 결정이 났다. 여주는 동결했지만, 이천은 여주보다 5천 원 싸게 매겨 농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난리가 났다고 들었다”
여주농협 식물나라 작목반에서 재배한 친환경 벼 수확을 돕고 있는 남옥현 전 여주농협 상무. /사진: 남 전 상무 측 제공 |
농협에서 퇴직한 지 얼마나 됐나?
“1년 9개월 됐다. 2020년 12월 31일에 퇴직했다. 결혼하던 해인 1991년 서른 한 살에 들어갔으니 30년을 근무한 것이다. 주로 지도사업 업무를 봤는데, 이는 조합원들과 직접 연결되는 농업사업 홍보, 교육 사업 등을 하는 것이다. 경제사업 분야라 상임이사한테는 ‘어떤 일을 하겠다’고 보고만 하고 조합장과 직접 일을 많이 했었다. 제가 일 욕심이 있어 밤늦도록 야근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참 행복했던 것 같다”
퇴직 이후 밖에서 본 농협은 어땠나?
“농협 안에 있을 때는 안 보였는데 밖에 나오니까 보이는 게 있더라. 안에 있을 때는 친지들한테 ‘왜 농협 이용 안 하느냐’, ‘하나로마트 왜 이용 안 하느냐’고 그랬는데, 나와서 보니까 이용할 수 없게끔 돼 있더라.
그래서 농협에 다시 들어가 좀 바꿔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지금 내 나이 육십 하나인데, 지금이 한창 일할 때지 나중에는 열정이 식어서 못 한다. 그래서 조합장 선거에 도전하기로 했다.
농협 하나로마트 식자재들이 일반 마트랑 비교해 가격 차이가 너무 나더라. 더 비싸더라. 물론 다른 지역 하나로마트에 비하면 우리 마트는 매장 규모가 작다.
점봉지점에 하나로마트를 개설하면 잘 될 것 같다. 점봉 지점에는 주유소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엄청 많이 온다. 멀리 강천서도 기름 넣으러 온다. 주유소 외에도 금융점포 있지, 자재백화점 있지, 또 농기계 수리 센터도 있다. 적어도 하루에 500명 이상 오는데 이 사람들은 그냥 보내서는 안 되겠다. 오면은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고 가도록 연결시켜 주면 좋겠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제가 현직에 있을 때, 조합원들이 늘 원했던 거는 ‘농산물 순회수집 차량’을 운행하는 것이었다. 농산물 출하를 지원하는 차량을 농협에서 운영하는 것인데, 옛날에는 했다. 농협 차량이 돌면서 농산물을 수집해 가락동으로 싣고가서 팔아주는 것이다. 지금은 개인 업자한테 맡겨 출하하는 모양인데 불편한 게 많은 것으로 듣고 있다. 그래서 하나로마트와 연계해서 이 차량을 운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농협에서 차량으로 지역농산물을 가락동으로 실어준 뒤 거기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아침에 지역에서 안 나오는 농산물을 가락동 시장에서 봐서 하나로마트로 가져오면 싸게 팔 수 있을 것이다.
여름 같으면 무, 배추가 이곳에서 안 나오는데, 이들 신선한 야채를 가락동 새벽시장에서 봐서 날마다 가져오는 것이다. 지금은 유통업체를 거쳐서 하나로마트로 들어오다보니 가격이 비싸지고 경쟁력이 없어진다”
여주농협 부추작목반에서 작업을 돕고 있는 남옥현 전 여주농협 상무. /사진: 남 전 상무 측 제공 |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
“제가 언젠가 부추 작목반을 따라 가락동 시장엘 가 봤다. 밤 10시 넘어서 갔는데 여주 관내 마트 차량들이 다 와 있었다. 남한강 마트, 여주 마트, 오케이 마트 등등. 새벽시장을 보러 밤중에 올라온 거다. 그곳에서 늘 야채가 싼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주부들이 다 그쪽으로 가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안 나오니까 경쟁력이 없는 것이다.
내가 언젠가 아침 8시 반에 하나로마트로 가는데 차가 밀려서 못 들어가는 거였다. ‘이 시간에, 한가한 시간인데 왜 이러지’ 하고 가보니까 배추를 싸게 파는 거였다. 판매소식을 밴드에 올렸더니 사람들이 줄을 서서 들어가는 거였다. 우리도 저녁에 우리 농산물 싣고 올라간 뒤 새벽 시장을 봐서 좋은 농산물을 가져와 싸게 공급하면 주민들이 농협을 찾게 돼 있다. 다만 지금 우리 본점 마트가 좁아서, 또 진열할 때도 마땅치 않아 확장 이전 필요성은 있다”
현역에 계실 때 보람됐던 일을 소개한다면?
“제가 농협에서 주로 지도 사업 업무를 봤는데, 전국 1300개 농협 중에서 지도사업 업적평가 분야 1등을 세 번 했다. 직원들 특진을 세 명을 시킨 것이다. 평가항목이 50~60가지 있는데, 그 업무를 열심히 하다 보니까 그런 결과가 나왔다”
수상 업무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예를 들어 ‘취약농가인력지원사업’이 있는데, 조합원들 중에서 아프거나 다쳐서 일을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농협중앙회에 있는 영농 도우미 제도를 이용해 이들이 조합원 대신 일하도록 하고 하루 일당의 70%를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우리는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누가 아프다고 하면 연락만 해달라. 대상자가 되면 지원해주겠다’면서 뛰어다녔다. 조합원이 3천 명 정도 되다 보니 대략 1백 명 이상은 해당이 되는 거 같은데 다 찾지를 못하고 적어도 50명 정도는 늘 우리가 챙겨 드렸다.
근데 어느날 농협중앙회에서 연락이 와서 취약농가인력지원사업을 제일 많이 했다면서 농림부장관상 후보로 올리겠다고 했다. 그래서 ‘전 자격 없다’고 그랬더니 ‘무조건 받으라’고 해서 받았다. 여하튼 나름대로 실익 사업을 열심히 하다 보니까 1등이 돼버린 거였다”
여주에서 대체작물을 생각해본 건 없나?
“우리가 한 3년 전에 생강을 해봤다. 근데 그것도 많이 나오니까 가격이 폭락하는 거였다. 그래서 생각한 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거, 늘 있어야 되는 거, 꼭 먹어야 되는 거 그래서 마늘을 생각했다. 마늘 양념은 꼭 써야 하니까. 마늘은 좀 비싸지만, 그래도 비교적 재배하기가 쉽다. 지금 기온이 변화해 온난화하고 있지 않나. 양파가 되는 걸 봐선 마늘도 가능하다고 본다. 문막까지도 마늘이 재배되더라. 그곳에서 마늘 농사해 돈 많이 버는 사람도 있다 하더라. 고추 농사는 한 철 여름에만 되지만 마늘은 잘만 하면 이모작도 할 수 있다. 10월에 마늘을 심어서 이듬해 5~6월에 캐내면 들깨도 심을 수 있고, 배추나 무도 심을 수 있다. 시범포를 몇 군데 해봐서 시험재배가 잘 되면 이걸 꼭 해보고 싶다”
코로나19도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것 같은데, 여주에서 좋은 계기가 될 만한 게 없나?
“무엇보다, 팜스데이 마을을 다시 활성화해 도시민의 농촌체험 기회를 늘리고 농가소득 증대로 연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팜스데이 마을 사업은 지난 2007년 이규정 팜스데이위원장이 아이템을 구상해 신청을 하면서 시작됐다. 전국 지자체 중에서 두 번째였다. 그분이 운영을 참 잘했다. 도시민들이 어디 어디 들러서 어느 동네에 가서 어떤 체험을 하면 좋은지 프로그램을 알차게 짜는 것이었다. 계절별로 잘 돼 있다. 고구마 땅콩이 주 대상인데, 자기네가 없으면 옆 동네로 연결시켜준다.
예를 들어 6월에 온다면 땅콩, 고구마가 안된다. 그러면 옆 동네 토마토나 옥수수가 많이 나오면 그쪽 농가로 가는 것이다. 계절별로 몇 월에는 어디가 뭘 수확한다는 게 나오지 않나. 2년 전 코로나가 터지면서 약간 침체돼 있는데, 이제 코로나도 잠잠해지니까 다시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권혁식 기자 kwonhs@
〈ⓒ e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