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PGA투어 더 CJ컵이 열린 콩가리GC. 하얗게 보이는 부분은 벙커가 아니라, 일반구역인 웨이스트 벙거로 간주됐다. /사진:미국PGA투어 |
모래 있으나 벙커로
간주하지 않는 지역
페어웨이에서처럼
제한없이 플레이 가능
Q:지난주 미국PGA투어 더 CJ컵에서 한 선수가 모래로 된 지역에 볼이 박히자 언플레이어블볼을 선언하고 그 옆 페어웨이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래도 되는 건가요?
A: 대회 장소는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리질랜드의 콩가리GC였습니다.
톰 파지오가 설계한 이 코스의 곳곳에는 모래와 흙, 잡풀, 나무 등으로 된 ‘웨이스트(waste) 에어리어’가 있습니다. 미국PGA투어에서는 웨이스트 에어리어 가운데 모래 위주로 된 곳을 ‘웨이스트 벙커’로, 모래가 없는 곳을 ‘네이티브(native) 에어리어’로 구분했습니다.
이 코스의 웨이스트 벙커는 워낙 방대한데다 그 숫자도 많기 때문에 경기위원회에서는 그 곳을 벙커가 아니라 일반구역으로 간주하는 로컬룰을 채택했습니다. 따라서 선수들은 그 곳에 볼이 들어갈 경우 스트로크하기 전에 클럽헤드를 모래에 댈 수 있고, 연습스윙을 하면서 클럽으로 모래를 칠 수 있습니다.
2라운드 15번홀(파4)에서 2011년 USPGA 챔피언십 우승자인 키건 브래들리(36·미국)의 티샷이 왼편 웨이스트 벙커에 들어갔습니다. 볼은 모래에 깊이 묻혔고, 설상가상으로 억새풀이 플레이 선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메이저 챔피언 브래들리는 도저히 플레이할 수 없다고 보고 언플레이어블볼을 택했습니다.
브래들리는 볼이 놓인 곳이 벙커가 아니라, 일반구역이라는 것을 상기했습니다. 그 곳은 모래로 돼 있으나 페어웨이·러프와 다름없는 곳이었습니다. 다행히 볼이 놓인 곳에서 페어웨이까지는 얼마 안 떨어져 있었지요. 측면 구제를 받아 두 클럽 길이를 재면 구제구역이 페어웨이까지 나갈 수 있었던 겁니다. 그는 볼을 구제구역 가장자리에 걸쳐 있는 페어웨이에 드롭한 후 세 번째 샷을 했습니다. 비록 보기로 홀아웃했으나, 로컬룰을 항상 염두에 두고 그것을 충분히 이용하는 자세가 돋보였습니다.
여기에서 까딱 잘못하면 볼이 벙커에 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벙커에 있는 볼을 언플레이어블볼 선언을 하면 1벌타 후 직전 스트로크한 곳(브래들리의 경우 티잉구역)으로 가거나, 벙커내에서 측면 구제나 후방선 구제를 받아야 합니다. 원할 경우 2벌타를 받고 벙커 밖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로 선수에게 불리합니다.
사막이나 해변에 조성된 미국PGA투어 대회 코스들에는 이같은 웨이스트 에어리어가 많습니다. 국내에서는 스카이72GC 오션코스 1,4번홀에 이런 곳이 있습니다. 그런 곳은 벙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골퍼들은 한결 유리한 상태에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키건 브래들리가 더 CJ컵 2라운드 15번홀 웨이스트 벙커에 멈춘 볼에 대해 언플레이어블볼 선언을 한 후 측면 구제를 받고 있다. /사진:골프채널 |
이번 대회 로컬룰은 지난 2010년 미국 위스콘신주 휘슬링 스트레이츠에서 열린 USPGA 챔피언십 때 코스 내에 있는 모든 모래 지역을 벙커로 간주한 것과는 딴판이었습니다. 당시 더스틴 존슨은 최종일 18번홀(파5) 티잉구역에 오를 때까지 1타차 선두였습니다.
그의 마지막 홀 티샷은 발자국·나뭇잎 등으로 어질러진 벙커에 멈췄습니다. 존슨은 그 곳이 벙커인줄 모르고 스트로크를 하기 전에 클럽헤드를 모래에 댄 바람에 2벌타를 받고 결국 공동 5위로 밀려났습니다<골프 규칙 19.2, 로컬룰 C-2>.
골프라이터
〈ⓒ e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