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대한경제=황윤태 기자] 한남2구역 시공사 선정총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막바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건설사들이 경쟁사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안했다며 한 표라도 더 받기 위해 각종 홍보물, 영상, 언론을 통해서 홍보하는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해 조합원들이 현혹되는 것이다.
조합원들은 시공사 선정 이후에 건설사들이 했던 약속을 얼마나 지킬 수 있느냐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한남재정비촉진구역에서 가장 먼저 시공자를 선정한 한남3구역에서는 국토부와 서울시가 ‘시공사가 권한이 없는 영역’을 사업제안서에 담고, 홍보하는 것에 대해서 재입찰이라는 강수를 두며 철퇴를 가한 사례가 있다.
이때 문제가 됐던 것은 ‘그림뿐인 혁신설계’, ‘반값 분양가’ 등이었다.
그런데 이번 한남2구역의 복마전을 보면 과거 사례를 벌써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한남2구역에서는 앞선 한남3구역의 사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혁신설계니 118프로젝트(아파트 높이 118m)니 앞다퉈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한남뉴타운 일대는 ‘한남지구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지침’에 따라 구역 전체가 해발 고도 90m 제한에 묶여 있다.
시공사가 무슨 권한으로 서울시 정책을 바꿔 남산 경관과 관련된 높이 제한을 풀 수 있을지, 인근 주민들이 사용하는 도시계획도로를 어떻게 특정 구역만을 위해 점용해 사용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시공사는 “그저 아이디어일 뿐”이라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뛰고 있는 OS(아웃소싱) 요원들은 “무조건 됩니다. 우리만 가능해요”라는 공수표를 날리고 있다.
그래도 총회는 열릴 것이고 조합원들은 본인들이 믿고 싶은 얘기를 하는 건설사에 투표하는 우를 범할 것이다.
하지만, 설계 인허가의 주체는 ‘건설사’가 아닌 ‘조합’이다. 이 부분은 모든 재개발ㆍ재건축 도급계약서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내용이다. 사실 계약서를 논하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당연한 얘기다.
시공사는 조합이 내려준 공사만 수행하는 ‘도급공사업체’일 뿐이다. 만약 ‘혁신안’ 설계가 불발됐다 치자. 시공사는 조합이 손해본 시간 동안 차곡차곡 공사비를 올려 받을 생각에 골몰할 것이다.
결국 뒤늦게 ‘이건 시공사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게 아니었구나’를 깨달은 조합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까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시공사를 해지하는 것 뿐이다. 가뜩이나 사업기간이 긴 재개발 사업이 사업추진동력인 시공사를 선정하고도 사업이 역행하거나 답보상태에 빠지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조합원들은 제안서에 있는 내용, 그리고 사업조건에 대한 꼼꼼한 분석을 통해 현실적인 제안으로 사업을 함께 이끌어갈 수 있는 시공사를 선택해야 한다. 한남2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이 주목받는 것은 사상 최초의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경쟁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한남4구역과 한남5구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건설사가 감당할 수 없는 사업제안을 남발하는 것에 대한 관리ㆍ감독이 긴요한 이유다.
황윤태기자 h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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