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상임대표가 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카페에서 금융 지원에 대한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승수기자 |
[e대한경제=김승수 기자] “역설적이게도 제 꿈은 제가 하는 일의 폐업입니다”
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상임대표는 “세상에 어려운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가 있는 ‘사단법인 더불어사는사람들’은 2011년에 설립된 곳으로 취약ㆍ빈곤계층의 자립지원이 목적이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이른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빌려준다는 점이다. 돈을 어느 정도 갚을 수 있는지 능력을 보고 빌려주는 제도권 시스템과는 달리 말 그대로 아무 조건도 따지지 않는다.
이 대표는 “세상에 참 어려운 사람들이 많고 제도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사람도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면서 “그런 사람들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돈을 빌려주고 갚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웃어보였다.
이 대표가 2011년부터 현재까지 더불어사는사람들을 운영하면서 빌려준 돈은 20억원이 넘는다. 놀랍게도 상환율은 약 90% 정도다. 일반적으로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돈을 갚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 대표는 이들에게 믿음으로 화답한다. 돈을 빌려주고 1년동안 갚을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물론 이자는 없다.
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상임대표가 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카페에서 금융 지원에 대한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승수기자 |
그는 “어디서도 돈을 못빌리는 사람들에게 저희가 빌려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라며 “우리 단체의 경영철학이 섬김과 헌신, 사랑과 봉사, 원칙과 투명, 열정과 긍정이다. 믿기 힘들겠지만 우리는 믿음으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금 마련은 후원을 해주시는 것으로 충당하고 있고 돈을 빌려간 사람이 돈을 다 갚은 뒤 더 어려운 사람에게 써달라며 후원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후원해주시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돈을 빌릴 땐 1인당 30만원이 최대지만, 내부 기준을 충족할 시에 3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이창호 상임대표는 “역설적이게도 제 꿈은 제가 하는 일의 폐업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계속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죠”라면서도 “저희도 돈이 없어서 어려운 사람에게 못빌려주는 경우도 생기는데 그럴때 마음이 참 아프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누구는 주먹구구라고 말할 수 있지만 11년 동안 이 일을 해오고 있다”면서 “제가 하는 일이 우리나라 정부, 그러니까 제도권에서도 시행됐으면 좋겠다. 선순환 금융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승수기자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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