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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의 눈]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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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11-30 05:10:29   폰트크기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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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채희찬 기자] 어느덧 올해도 겨울에 접어 들었다.

하지만 건설시장은 지난 해부터 이어진 원자재값 급등에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발’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까지 겹쳐 일찍이 겨울을 맞았다.

건설기업은 ‘현금 흐름’이 중요한데 레고랜드 사태로 브릿지론은 물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신규 대출이 중단되면서 규모를 막론하고 전 건설업계가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룹사는 그나마 잘 나가는(?) 계열사 도움을 받아 수혈이 가능하지만, 건설업만 영위하는 중견이나 중소건설사는 버티기 어려워 부도를 내거나 기업 회생 절차를 밟아야 하는 처지다.

채권시장에서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연장된 브릿지론이 내년 봄에 도래하면 자금 경색이 극에 달해 건설사들의 줄도산을 우려하고 있다.

이럴 때 건설업계가 기댈 곳은 안정적으로 기성금을 확보할 수 있는 공공공사 뿐이다.

하지만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국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재정 투자는 줄이고 민간투자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요즘 같은 금리 상승기에 민간투자 확대가 말이 되는가.

특히 건설분야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정책이나 프로젝트도 없어 건설시장은 암울하다.

올해 건설사들은 발주기관에 공공공사 수주가 아닌 발주해 달라고 영업하는 촌극을 빚을 정도로 공공시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극심한 발주난에 시달렸다.

공공시장의 큰 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우 올해 낙찰자를 선정한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가 발주계획 대비 절반인 23건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20여 건에 그쳐 중견건설업계가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달청을 비롯한 다른 발주기관들도 공공공사 발주량이 적어 공공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지 못했다.

더욱이 발주기관들이 수년 전부터 예정가격을 밑도는 계약단가에 기초해 누적된 표준시장단가로 공공공사를 발주하고, 최근 원자재값 급등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에 산정한 금액으로 발주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로 인해 발주난 속에도 흥행이 될 법한 ‘남부내륙철도 건설공사’ 및 ‘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용산~상봉) 건설공사’ 등 토목 기술형입찰 6건이 반복된 유찰로 기타공사로 전환했다.

이 겨울이 지나고 내년에 본격화될 위기를 극복하려면 SOC(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재정 투자를 확대해 일시적인 자금 경색을 겪는 정상 기업에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누구 말따라 상습 정체를 겪는 경부고속도로 수도권 구간을 대심도로 뚫어 서울에서 천안까지 곧바로 오갈 수 있게 대체 노선을 만드는 등 국민들의 편익을 증대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참신한 재정사업을 추진하면 어떨까.

또 공공공사가 과거처럼 ‘캐쉬카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표준시장단가 제도를 손질하고, 주요 원자재값을 공사비에 적극 반영해 발주해야 한다.

아울러 말로만 기술형입찰 활성화를 부르짖지 말고 유찰이 반복되면 발주기관이 감사에 대한 부담 없이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술형입찰로 집행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 대형공사 입찰방법 심의를 한 것인데 유찰이 됐다고 기타공사로 바꾸면 그 이유가 무의미하다는 것 아닌가.
채희찬기자 c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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