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최지희 기자] 2012년부터 7년간 조달청 발주 철근 입찰 과정에서 담합 혐의를 받은 7개 제강사의 전ㆍ현직 임직원 7명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오는 2일 진행된다.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한 지 3개월 만에 사법 조치가 본격화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강업계 영업 담당 임직원 40여명은 검찰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받은 한 임원은 “검찰이 생각보다 많은 자료를 확보했다. 해당 건 외에 추가 고소ㆍ고발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7명 중 모 제강사 대표와 부사장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공정위의 담합 외에 다른 사안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강업계를 향한 검찰의 칼날은 예상보다 깊고 날카롭다.
반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과도한 사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공정위와 검찰을 중심으로 한 사정기관이 관급 자재 구매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제강사와 척을 둔 건설업계에서조차 이번 구속수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한 대형건설사 대표는 “관급 조달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한다면 조달청부터 조사해야 한다. 조달청이 제강사에 구매 담합을 유도하지 않았는지 국가 조달시스템에 대한 조사가 먼저”라면서, “과도한 사정 정국은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 업계 간의 정상적이고 꼭 필요한 대화의 창구마저 차단되는 빌미로 작용한다. 지난 2년간 자재 문제로 건설현장이 자주 셧다운된 배경에는 공정위의 과도한 시장 개입에 따른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관급 철근은 통상 건설사가 직거래로 대량 구매하는 것보다 약 2∼3% 낮게 가격이 책정된다. 조달청이 현금 지급을 하더라도 재고 보관과 유통 비용을 포함하면 5%까지 낮아진다. 건설공사로 따지면 이미 공사예정가격이 평균 낙찰가보다 낮은 셈이다.
문제는 건설은 입찰자가 없으면 유찰되는데 비해, 관급 자재 구매는 조달청이 목표한 물량이 채워질 때까지 같은 내용의 재발주가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다.
제강사가 7개로 제한된 상황에서 정부의 재발주는 기업에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99%대에 수렴하는 낙찰가는 시중가격보다 턱없이 낮은 제강사 입장에서는 무의미하다. 국가계약법에서 불가능한 100% 이상의 낙찰가도 제강사엔 손실이다.
이와 관련, 제강업계는 조달청 구매 담당자들도 아는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한 제강사 임원은 “업계가 더 많은 이익을 남기고자 낙찰률을 99%대로 맞춰 7년간 담합을 했다면 조달청이 가만 내버려 뒀겠느냐”며 조달청의 암묵적 방조와 간접적 강요를 지적했다.
검찰의 칼날이 어디로 향하든, 업계 전문가들은 조달청의 관급 자재 구매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고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철근뿐 아니라 레미콘 등 다른 자재의 입찰 시스템까지 모두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조달 계약규모는 연간 184조원을 넘는다. 적지 않은 액수이지만 공공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불공정한 거래를 사정기관마저 외면하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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