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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라 원광법사(圓光法師) 부도탑(浮圖塔) 발견의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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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12-07 11:24:53   폰트크기 변경      

최정대 칼럼리스트 (대광상사대표)

지금으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1970년 8월 24일자 주요 일간지 사회면에 ‘경주시 안강읍 두류리 금곡산(해발 500m)에서 “원광법사부도 발견’이란 제목으로 관련 기사가 일제히 보도됐다. 신라 화랑도 세속오계 계율을 지은 원광법사(圓光法師, 542-640 A.D) 부도탑(浮圖塔ㆍ덕이 높은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넣고 쌓은 둥근 돌탑) 발견은 선친이신 최남주 선생이 오랜 세월 동안 추구해 왔던 노력의 결실이었다.

금곡사 가는 길

석당 최남주(1905-1980, 문화재 발굴·보존, 고고학 선구자) 선생은 화랑들이 하늘에 맹세한 내용의 글귀가 적힌 ‘임신서기석(壬申誓記石)’이 발견된 이후 신라 화랑들의 유적지 답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그는 원광법사의 부도와 관련된 유적지 발견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또한 선친은 신라불교문화 최고의 사료인 <삼국유사 권제4(卷第四)조>의 기록을 주목했다. 삼국유사에 “원광의 나이 80여세로 입적하였고 부도는 삼기산(三岐山) 금곡사(金谷寺)에 있다, 지금 경주 안강(安康)의 서남쪽 골짜기다. 또한 명활산 서쪽이다”라는 기록이었다.


선친은 위 기록을 추적하여 삼기산 금곡사를 찾는 데 주력했다. 그는 <동국여지승람>과 <동경지> 산천조에 삼기산을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선친은 뜻밖의 발견을 하였으니 ‘비장산(臂長山) 재부 서삼십리 금곡사 주산야(在府西 三十里 金谷寺 主山也)’라는 기록을 보고 삼기산의 다른 이름이 비장산이란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신라 수이전(新羅 殊異傳)>에 의하면 원광법사가 금곡사에서 입산 수행 중일 때 여우귀신이 자주 나타나 자신에게 팔뚝을 보여주었다고 해서 팔뚝 “비(臂)”자를 사용해 이 산은 ‘비장산’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삼기산은 오늘날 비장산 또는 금곡산으로 호칭되고 있다.

1939년 선친은 경주 안강 지역의 고노(古老)들에게 금곡사의 위치를 탐문한 끝에 답사 계획을 세웠다. 이때 마침 선친의 지기이자 미술사학자인 우현 고유섭 선생이 경주를 방문해 선친과 며칠 동안 신라문화 유적들을 답사했다.


선친은 금곡사지의 원광법사 부도를 찾고자 함께 답사할 것을 권유했다. 이 시기에 고유섭 선생은 ‘조선탑파연구’의 집필을 구상을 하고 있었던지라 한국 최초의 부도인 원광법사 부도 유적 답사에 큰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마침 초여름이라 고유섭 선생은 답사 출발 전날 밤에 음식을 잘못 먹어서인지 출발 당일 복통이 심하여 답사를 후일로 미루었다. 하지만 끝내 그는 원광법사 부도 답사를 하지 못했고, 1944년 서방정토로 떠나버렸다.

2022년 가을에 원광법사 3층 부도탑을 답사하며

1970년 8월 초순 선친은 그동안 미루어왔던 금곡사지 원광법사 부도를 찾아 당시 대학생이었던 넷째 아들 최정표와 동해선 기차를 타고 구(舊) 사방역(경주시 안강읍 소재)에 내렸다. 그곳에서부터 다시 산길로 30여리 길을 걸었다. 이글거리는 8월의 태양은 산행하는 이들을 온통 땀으로 흠뻑 젖게 만들었다.


심산유곡 험준한 산골을 장시간 걷다보니 마침내 그토록 소망하던 금곡산 산골짜기 중턱에 도달하여 유서 깊은 금곡사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금곡사지에는 국보급인 원광법사 부도가 어느 정도 파손되어 있었지만, 천년의 세월을 견디며 반갑게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부도탑 1층 탑신의 높이는 86cm, 폭이 87cm으로 사면이 아치형으로 되어있었으며, 특이한 문양을 한 감실과 이중으로 된 연화대 위 석가여래좌상이 광배와 함께 사방불로 섬세하고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었다. 그것은 한국 부도양식에 3층 승탑으로 된 최고의 석조예술이었다. 그 후 선친은 경주지역 신문 기자들과 함께 금곡사를 다시 답사해 국보급인 원광법사 부도의 예술성을 재확인했다.


지난 9월28일 경주 금곡사를 답사해 복원된 원광법사 3층 부도탑 앞에서 촬영.
좌로부터 최정필 (고고학자,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 필자,
최정표 (서라벌문화재연구원 이사), 최정간 (차문화연구가). /사진: 필자 제공

지난 9월 28일 선친의 아들 최정필(고고학자,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 최정표(서라벌문화재연구원 이사), 필자, 최정간(차문화 연구가) 네 형제는 오랜만에 선친의 향기가 깃들어있는 금곡사지를 답사했다.


옛 추억에 스며든 네 형제는 복원된 원광법사 3층 부도탑 앞에서 합장배례를 드렸다. 우리는 금곡사를 지키고 있는 청운 주지스님과 함께 반세기 전 선친의 원광법사 부도 발견에 관한 추억담을 나누었다.

경주 금곡사를 답사 이후 필자는 2022년 11월 1일자 코리아타임스에 ‘Ven. Master Wongwang of Silla’이란 제목으로 원광법사의 생애와 신라시대 화랑들의 실천이념이라 할 수 있는 ‘세속오계’를 영문으로 국내외 외국 독자들에게 소개하여 원광법사 부도탑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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