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산하 화물연대 파업을 정면돌파한 정부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국갤럽의 설문 결과를 보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33%)이 3주 연속 상승했다. 노조 대응(24%), 공정ㆍ정의ㆍ원칙(12%)이 요인으로 꼽혔다. 5개월 만에 40%대(41.5%)를 기록한 데일리안의 설문을 포함해 다른 설문 결과상 지지율도 상승세다. 이전 정부와 다른 노조 대응법이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법과 원칙’은 검찰 등 법조계 인사들이 포진한 윤석열 정부의 핵심 가치다. 집권 초기 외교 등에서 논란이 일었지만 가장 잘할 수 있는 현안에서 국민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셈이다. 반대로 문재인 정부 5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민노총으로선 정권이 바뀌었음을 뼈저리게 느낀 계기가 아니었을까. 산업계는 매번 되풀이되는 불법파업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노조 대상의 행정처분 및 처벌, 손해배상도 엄정히 집행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법과 원칙이 통하지 않는 현장은 물류뿐이 아니다. 건설현장도 다르지 않다. ‘건설노조 때문에 못 해먹겠다’는 하소연이 수년 전부터 쏟아졌지만 정부가 귀를 닫으면서 건설산업계는 무방비로 당해왔다. 그 사이 건설현장 근로자는 물론 현장을 흔들 힘을 가진 타워크레인, 콘크리트믹서트럭, 콘크리트펌프카 등 건설기계 운전기사들도 노조에 가세했다.
레미콘 믹서트럭을 포함한 건설기계 운송차주들은 화물기사처럼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이다. 노조 가입도, 결성도 불법이다. 하지만 레미콘 운송차주들만 해도 전국 조직을 갖추고 노조를 자처하며 건설현장 레미콘 공급을 좌지우지해왔다. 파업 시 건설현장 영향도 화물연대 소속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치명적이다.
공교롭게도 레미콘 운송차주들의 시위와 파업은 2년 간격으로 6∼7월에 기승을 떨친다. 영업용 기계의 등록 제한 여부를 결정하는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의 회의가 격년 단위로 7월에 열리기 때문이다. 그들이 부르짖는 단골 구호는 ‘건설기계 수급조절제 연장과 조절대상 기계 확대’다. 안전운임제와 별 차이가 없다.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는 2009년 7월 믹서트럭과 덤프트럭에 2년간 시범적용된 후 위원회 회의 때마다 예외없이 2년씩 연장됐다. 2015년 7월에는 콘크리트펌프카가, 2021년 7월에는 3t 미만 타워크레인이 새롭게 포함됐다. 시장의 건설기계 수급상황에 대한 객관적 조사연구와 공정한 심의에 의한 결정이라면 토를 달 수 없다. 하지만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영구화 및 적용대상 확대 주장과 다를 바 없는 떼법의 또다른 산물이란 게 건설산업계의 지적이다.
실제 수급조절위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의뢰하는 외부 조사연구용역 담당자들 중에는 노조 협박 탓에 다시는 용역을 맡지 않겠다고 호소한 사례도 있었다. 수급조절위원회 구성도 공정하지 않다. 찬성 측에선 건설기계 임대업단체, 양대 노조 등의 대표자들이 참여하는 반면 반대 측 위원은 건설기계 제조업 단체 1명이 전부다. 수급조절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레미콘업계는 참관도 못하는 실정이다.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 회의는 내년 7월 다시 열린다. 건설기계 노조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5월 춘투부터 7월 위원회 개최 때까지 시위하고, 파업도 불사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로선 불과 6개월여 만에 다시 노조와 일전을 벌여야 할지 모른다. 화물연대에 맞선 것처럼 다음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하고 결정해달라는 게 건설산업계의 바람이다.
김국진기자 부동산부장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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