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예술도 이제 환경에 관심 가질 때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3-01-09 06:32:41   폰트크기 변경      
[김선영의 Arts & Money]

김선영 교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은 한때의 유행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여러 정황상 경영에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당장 실감하는 환경문제뿐 아니라 효율성 일변도의 자본주의가 한계에 부딪힌 결과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면서 사회적 역할과 지배구조의 변화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2025년부터는 자산규모 2조 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가 ESG 활동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해야 하며, 2030년부터는 모든 상장사로 확대된다.

주지하다시피 환경과 사람을 돌보는 투명한 경영을 하자는 ESG 중에서 가장 첨예한 문제로 떠오른 건 역시 환경문제다. EU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국제사회에 천명했다.

환경문제는 복잡하다. 흔히 생산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환경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배출 탄소량과 흡수 탄소량을 같게 해서 실질적인 탄소배출량이 제로(0)가 되는 상태를 의미하는 탄소중립만 해도 그렇다.

‘ESG경영시대’와 ‘넥스트 ESG’를 펴낸 바 있는 최남수 교수는 탄소 배출을 세 가지 스코프(scope)로 정리하고 있다. 기업이 소유하고 통제하는 곳에서 발생하는 직접적인 탄소 배출인 ‘스코프 1’,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와 동력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인 ‘스코프 2’, 그리고 물류와 제품의 사용과 폐기 과정에서 생기는 외부 탄소 배출인 ‘스코프 3’가 그것이다.

기업은 아니지만 예술분야도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나름대로 해결해 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술과 공연작품에서 환경을 주제로 한 작품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미술작품의 소재를 재활용품을 활용하는 사례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대부분 스코프 1에 해당하는 것들이며 스코프 2와 스코프 3에 대해서도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선 공연에서 무대 세트나 소품을 적극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일반 공연단체들은 한 번 사용한 덩치 큰 세트나 소품들을 마땅히 보관할 장소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문체부가 보관소 건립을 고려하고 있다니 기대가 된다. 그런데 기왕에 스코프 3 즉 이동 시에 발생하는 탄소까지를 감안한다면 되도록 공연장 내부나 인근에 세트 보관소가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무대세트를 만들지 않고 미디어 프로젝션 등으로 대체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상의 공간을 실감기술을 이용해 구현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무대를 영상으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환경문제를 고려한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도입 의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 하나 공연예술과 시각예술을 막론하고 작품의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미술에서는 ‘가상미술관’이고, 공연에서는 ‘공연영상’이다. 이미 코로나 팬데믹 동안 온라인 전시와 공연은 도둑처럼 갑작스럽게 일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거리두기가 해제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관심이 뚝 끊어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공연영상과 가상미술관은 거기두기의 임시방편이 아니라 예술이 ESG에 기여하는 방안으로 지속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메타버스 시대의 홍보마케팅 수단임은 말할 것도 없다.


김선영 홍익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ㆍ전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