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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과 장고 큰 북 등이 동원된 가례헌 공연.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정욱 명창, 이효덕 명창, 임영미 대고, 대금의 김종환, 장고의 김병태, 영남교방춤의 박경랑 명인. 안윤수 기자 ays77@ |
박정욱ㆍ최은호ㆍ김점순ㆍ박경랑
20년지기 국악 명인 4인방
명창들의 사랑방 ‘가례헌’ 모여
18일 새해맞이 소리한마당 펼쳐
개관 20주년, 600회째 공연 의미도
[대한경제=이경택 기자] “사랑 사랑 사랑이라니 사랑이란 게 그 무엇이냐 /보일듯이 아니 보이고 /잡힐 듯하다 놓쳤으니 /나 혼자 고민하는 게 /이것이 사랑의 근본인가 /얼씨구 좋다 지화자 좋아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왔구나 왔소이다 /불쌍히 죽어 황천갔던 배뱅이 혼신/평양 사는 박수 무당의/몸을 빌고 입을 빌어/오늘에야 왔소이다/우리 오마니는 어디갔나요 /오마니/오마니.”
경기민요인 ‘사랑가’와 서도소리의 대표곡인 ‘배뱅이굿’의 한 대목이다. 민족 대명절 설을 앞두고 국악 공연이 한바탕 흐드러지게 펼쳐진다. 큰 북과 장고 대금소리가 울려퍼지고 구슬픈 경기민요 한자락이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앞에 소개된 ‘사랑가’는 경기민요 명창인 최은호ㆍ김점순 명창이 무대 위에서 서로 주고받는 노랫말이다. 또 뒤의 배뱅이굿은 박정욱 명창이 읊조리는 사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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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 공연 무대에 오르는 김점순(왼쪽부터), 박정욱, 최은호, 박경랑 명인. /사진:서도소리보존회 제공 |
(사)한국서도소리연구보존회(대표 박정욱)는 오는 18일 공연장인 가례헌에서 ‘박정욱(배뱅이굿)-최은호(경기민요)-김점순(경기민요)-박경랑(부산교방춤)’ 등 20년지기 남녀 국악 명인 4인의 공연을 한 무대에 올린다고 11일 밝혔다. 4인 명인은 국악계에서 의리와 정으로 함께 어려움을 나누는 ‘예인4인방’으로 유명하다.
김정연(1913∼1987) 선생과 이은관(1917∼2014) 선생을 평생 모신 박정욱 명창은 지난해 서도소리의 본향인 평안남도로부터 ‘평안도 배뱅이굿’ 보유자로 지정받았다.
서도소리와 판소리를 혼동하는 이들도 있지만 분명히 다르다. 서도소리는 남도의 판소리와 궤를 달리한다. ‘동편제’, ‘서편제’로 대변되는 판소리가 구성지면서도 굵게 떨리는 소리 등 시김새(후렴구 등 장식음)가 큰 반면 서도소리는 시종일관 높은 음으로 서글픈 가락을 엮어낸다. 판소리가 남도의 ‘육자배기’에 유래를 두고 있다면 ‘서도소리’는 수심가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동래권번의 마지막 춤선생 강옥남(1938~ 2019)으로부터 ‘영남 교방춤’의 진수를 물려받아 활동 중인 박경랑 명인은 ‘기생춤’으로 격하되기도 하는 교방춤의 품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현재는 ‘박경랑류 영남교방청춤보존협회’ 이사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공연장인 가례헌(家禮軒). 한국서도소리보전회를 이끌며 2003년 박정욱 명창이 설립한 가례헌은 공연장이라고 해 국립국악원 예악당이나 세종문화회관 등을 연상하면 안된다.
가례헌은 30개의 미싱공장이 입주해 있는 중구 신당동 허름한 빌딩의 꼭대기층인 5층에 자리잡고 있다. 엘리베이터도 없기 때문에 걸어올라가야 하는데 대부분 ‘잘못 온거 아닌가’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고향인 부산에서 한복을 배운 어머니와 한복집을 하려 했는데 공연무대가 없어서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위해 ‘작지만 알찬’ 공연장을 만들어보기로 마음먹었죠. 그렇게 탄생한 곳이 가례헌입니다.”
격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공연장이지만 국악 마니아들에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며 현재는 관공서는 물론 대기업 직원들이 신년회, 송년회, 단합대회 모임을 갖는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로 개관 20주년을 맞고 있으며 오는 18일 무대가 600회째 공연이다.
“아마 ‘하우스 콘서트’ 분위기 때문에 많이들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미 유럽의 클래식 공연 한 장르로 자리잡은 하우스콘서트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20~30인의 관객이 연주자와 하나가 돼 공연을 감상하는 것이죠. 소규모여서 노래와 악기 소리는 물론 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음의 진동까지 체험할 수 있습니다.”
18일 공연은 임영미의 대고연주 ‘천년의 시작’으로 막을 올려 김정호의 대금산조 ‘비상’으로 이어진다. 이어서 본 공연으로 최은호 명창과 김점순 명창의 경기 민요 노랫가락이 울려퍼지고 박경랑 명인의 영남교방청 춤과 박정욱 명창의 배뱅이굿이 이어진다. 그리고 다함께 ‘진도아리랑’을 부르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이날 역시 공연 시작 전에 식사가 차려지고, 공연을 마친 후에는 막걸리 뒤풀이도 진행된다.
이경택 기자 ktlee@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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