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특별기고] 원팀 코리아, 민·관의 줄탁동시가 필요한 때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3-01-15 09:48:38   폰트크기 변경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이사장 김형렬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터키의 차나칼레 1915 대교가 지난해 4월 개통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이 다리는 전체길이 3563m, 주탑 간 거리만 2023m에 이른다. 거대한 다리가 터키 마르마라 해와 지중해를 잇는 다르다넬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면, 인간의 기술로 모세의 기적을 구현한 듯 해서 감탄하게 된다.

이 다리는 Made in Korea다. 국내 건설사들로 구성된 컨소시엄 ‘팀 이순신’의 작품이다. 제작에 들어간 강재도 모두 국산이다. 지난 2017년 수주 당시 일본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거둔 승리를 이끈 주역이 ‘팀 이순신’이라는 점, 더불어 차나칼레 대교 완성 전까지 세계 최장의 현수교는 일본의 아카시 해협 대교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우리나라의 승부사적 기질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어려운 시절에는 호시절을 추억하며 힘을 얻는다. 차나칼레의 승리가 떠오른 이유도 국내 건설업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민간 수주가 급감하면서 건설업 일감이 말라가고 있다. 올해 SOC예산도 25조원으로 지난해 28조원 대비 10.7% 줄어들었다.

영광의 이면에는 피나는 노력이 있듯, 차나칼레 대교가 완공되기까지도 물 밑에서 많은 이들이 고군분투했다. 당시 우리 정부와 건설사는 민관협력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정책국장을 터키로 보내 정부차원의 수주 의지를 직접 전달했다. 경쟁 상대인 일본보다 자금 조달력이나 외교 자원이 열세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객관적 열세를 뛰어넘은 동력은 민, 관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쏟은 정성이었다.

작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도 그때와 같은 거국적 도전이 필요하다. 건설은 전후방 연관 산업 효과가 큰 분야이다. 건설업이 흔들리면 함께 흔들리는 분야가 많은 만큼, 건설업의 흥망에는 많은 국민의 ‘밥줄’이 걸려있다. 건설업 침체를 막는 일은 비단 한 산업 분야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과제이다.

국내 시장이 어렵다면 해답은 바깥에 있다. 최근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지정학적 긴장이 유럽 주요국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요를 카타르와 UAE로 돌리며, 중동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민생경제회의에서 2027년까지 해외건설 수주 500억불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지난해 실적 310억불과 비교하면 수주 실적은 향후 5년 동안 60% 넘게 늘어야 한다.

쉽지 않은 목표인 만큼 ‘원팀 코리아’의 줄탁동시(啐啄同時)가 필요한 때이다. 산업계뿐 만 아니라 외교, 정치 등 모든 분야의 중심을 경제에 놓고 전력을 다해야 한다. 건설산업 특성상 정부의 정책적, 외교적 지원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의 합종연횡도 필수적이다. 시공을 총괄 관리할 종합건설사업과 기계가스설비공사업을 비롯한 14개 전문건설업종과의 유기적 협조가 요구된다. 건설사업자의 신용을 보강하고 사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보증, 대출과 현장에서 일할 건설근로자를 위한 공제 등 금융서비스 지원도 뒷받침 돼야 한다.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갑절, 백 갑절은 더 소중하오.” ‘영화 광해’에서 명나라의 무리한 조공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신하에게 광해군은 일침을 가한다. 국리민복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지위고하와 수단 방법의 구분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아랍 에미리트를 방문한다. 100여개 기업으로 구성된 경제 사절단과 함께이다. ‘원팀 코리아’의 성공을 바란다.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