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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으로 뻗어나간 공연예술…‘연습공간’ 늘려 가치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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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1-16 08:02:03   폰트크기 변경      
[김선영의 Arts & Money]

김선영 교수.

요즘 예술 분야에서는 하드웨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품이나 프로그램 같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방자치가 본격화되면서 일었던 공연장과 미술관 등 하드웨어 건립 붐에 대한 반성에서다. 90년대부터 지자체마다 혹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국민의 문화향유를 확대하기 위해 문예회관을 비롯한 공연장과 미술관을 열심히 지었지만 관람객이 적고, 콘텐츠가 부실하다 보니 ‘돈 먹는 콘크리트 더미’라는 비야냥을 빈번하게 듣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예술 분야에서 소프트웨어만 강조할 일은 아닌 듯하다. 특히 공연연습장 같은 곳이 그렇다. 많은 공연예술가나 단체들이 연습할 곳이 마땅치 않아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으로 갈수록 여건은 더 열악하다. 공연장 상주단체 지원사업에 몰리는 지역의 예술단체들의 수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공연장은 콘텐츠를, 단체는 무대와 연습공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공연장 상주단체지원사업은 지역의 공연단체들이 꼭 선정되고 싶어하는 사업 중 하나다. 그러나 단체에 비해 공연장은 언제나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지역 공연예술단체들은 연기연습에 적절한 플로어나 기본적인 조명과 음향시설이 갖춘 연습공간을 찾는 데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이런 공연예술인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14년부터 공연예술 연습공간 운영지원사업을 시행중이다. 한 마디로 전국에 공연 연습공간을 확보해 지역의 예술인들이 약간의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궁극적 목표는 공연예술단체를 발굴함으로써 공연예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문화예술생태계를 구축하며 지역의 예술인과 주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데 있다. 현재는 서울을 비롯해 춘천, 인천, 부천, 세종, 전주, 광주, 대구, 창원 등 전국적으로 20곳이 운영중이다.

이 공간들은 최고 연간 가동률이 70% 후반대에 이를 정도로 지역 공연예술인들의 반응이 좋다. 그런데 문제는 소도시나 농촌에 거주하는 공연예술인들에겐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라는 데 있다. 연습공간의 숫자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그나마 대부분 중규모 이상의 도시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연습공간에 대한 절실함은 대도시보다 소도시나 농어촌지역에 거주하는 공연예술인들이 훨씬 더 하다.

최근 들어 예술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에서 예술인 자체에 대한 지원으로 정책의 기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제까지 예술에 대한 지원은 대부분 프로젝트(작품)를 대상으로 했다. 좋은 공연작품의 생산과 공급을 지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향유자들이 접할 기회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프로젝트 지원은 사실상 예술인보다는 향유자들을 위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프로젝트 지원이 지속적으로 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인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는 다시 시민의 예술 향유기회를 빼앗거나 부실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결국 프로젝트 지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예술인과 예술향유자 모두에게 큰 도움이 안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요즘 강조되고 있는 예술인복지 지원이 능사는 아닌 듯 싶다. 예술인을 지원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기초생활 보장 등 사회보장적 성격이 아니라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예술인들을 존중하는 차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즉 예술인 지원은 예술인의 기본적인 활동을 보장해 주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공연예술 연습공간과 같은 공간지원의 대폭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김선영 홍익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ㆍ전 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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