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홍샛별 기자] 베트남 고위공직자의 비위 행위로 인해 부총리가 해임된 데 이어 국가주석까지 사임하는 등 정치적 난기류가 짙게 깔리고 있다. 이에 베트남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왔던 국내 건설사들의 현지 진출에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18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이 공산당에 사직 의사를 17일 밝혔다. 다수 공직자들의 비위 행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대외적인 사유다.
푹 주석은 서기장에 이은 국가 권력서열 2위에 해당하는 인사로, 2016년 총리직에 오른 뒤 2021년 국가주석에 취임한 바 있다.
우리나라 건설사들은 푹 주석의 사임을 악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푹 주석은 대표적인 베트남 내 ‘친한파’로 통하기 때문이다.
앞서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을 비롯한 GS건설 경영진들은 지난해 푹 주석을 만나, GS건설이 베트남에서 추진하고 있는 ‘냐베신도시’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대우건설 대주주인 중흥그룹 정원주 부회장 역시 푹 주석 재임 당시 수차례 만나 하노이의 ‘스타레이크시티’ 신도시를 비롯해 가스, 오일, 산업단지, 도로 등에서의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더군다나 국내 건설사와 지속적인 교류를 해왔던 판 빙 밍 수석부총리를 비롯해 부 득 담 부총리 등 2명의 부총리도 해임된 점도 건설사들 입장에선 부담이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베트남 국가주석과 부총리가 국내 건설사들과 교류하면서 신사업에 대한 논의를 했는데, 새해에 들어서자마자 해임ㆍ사직하면서 정치적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며 “베트남의 경우 시장이 개방되긴 했지만 여전히 공산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프로젝트 추진에 앞서 정치권과의 우호적인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대표적인 아세안 시장 거점 국가다. 작년 말 기준 국내 건설사들의 베트남 누계 공사 수주액(2010~2022년)은 466억2781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수주 규모다.
베트남의 경우 높은 경제성장률과 젊은 층 중심의 인구 구조, 인프라 건설수요가 높다. 베트남 건설시장 규모는 2021년 말 기준 13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건설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7~20%로 매우 높은 편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지만, 새롭게 바뀌는 인사들과의 관계를 빠르게 형성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절실히 공감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베트남 공산당의 영향력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막대하다”며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인 사정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샛별기자 byul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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