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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염원으로 가득찬 그림처럼 …모두가 만수무강ㆍ만사형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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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1-19 06:56:03   폰트크기 변경      
[엄재권의 민화이야기] 新 십장생도

엄재권, 新 십장생도, 359×90㎝ 中 부분, 2017


날마다 새로운 태양이 뜬다는 사실을 자각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든지 더 멋진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 신년을 맞이 한지 몇 주가 지나 겨우 그 들뜸이 가라앉나 싶을 때 즈음 우리 민족에게 오래도록 이어져 온 진정한 새해 첫날,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작품은 그런 분위기를 말해주고 있는 듯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먼저, 화폭 상단 정중앙에는 새로운 날들의 희망을 상징하는 듯한 붉은 해가 두둥실 떠올라있다. 그 아래로 아득한 구름 너머 산봉우리와 폭포수가 흐르는 기이한 모양의 괴석 동굴이 보인다.

무엇보다도 눈을 사로잡는 것은 켜켜이 쌓인 주상절리 틈에 힘껏 뿌리내리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소나무다. 그 울창함의 꼭대기에는 하늘과 땅을 자유롭게 오가는 신선의 심부름꾼, 학이 위풍당당하고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

왼쪽 아래쪽에는 바늘과 실 마냥 항상 함께하며 벽사와 복을 호령하는 까치호랑이 한 쌍이 못내 다정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자리하고 있다. 이 그림은 영원불멸의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 즉 해, 구름, 산(바위), 물, 소나무, 학 등과 벽사와 복을 의미하는 까치호랑이를 한데 모은 인간 염원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딱 이맘때 누구에게나 소망을 가득 동봉해 보내고 싶은 연하장 같은 마음을 담고자 했다.

그중에서도 누런 괴석은 여러 가지 상상력을 동원해 재해석해보고자 했다. 민화를 비롯한 전통회화 작가들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험준한 풍파를 거치며 천지자연의 변화를 형태와 내면에 고스란히 배태해온 괴석을, 대자연이 함축된 상징체로 여겨왔다. 따라서 선인들은 이러한 기괴한 형상의 돌을 정원이나 서재에 놓고 감상하길 좋아했으며, 이를 통해 삶의 본연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태도를 성찰하는 반추의 거울로 삼곤 했다.


이러한 의미가 반영되어서인지 민화에서는 괴상하다 못해 도깨비나 용의 얼굴을 한, 동굴은 물론이거니와 토끼나 말 등의 형상을 띈 괴석이나 주상절리의 바위에 생명력을 담게 된 것이다.

내일은 스물네 번째 절기 중 음력 한 해를 매듭짓는 대한(大寒)이다. 말 그대로 지독한 추위와 함께 한 해의 마지막인 섣달 그믐날을 보내고 나면, 우리들의 머리 위에는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생명력을 잔뜩 머금은 민화 속 한 장면과 함께, 다시 희망에 부푼 꿈을 가슴에 한가득 품으며 모두가 만수무강하고 만사형통하기를 소망해본다.


엄재권 한국민화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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