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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시대’ 진입한 국내 미술시장…MZ세대 수요 어떻게 볼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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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1-30 06:54:18   폰트크기 변경      
[김선영의 Arts & Money]

  

김선영 교수. 


지난해 우리 미술시장 매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다. 7500억원이었던 2021년보다 37%나 급증했다. 2020년 3000억원대와 비교하면 무려 3배 이상 급성장했다. 이 중 아트페어 매출액은 3000억원으로 2021년(1900억원) 대비 59% 증가했고, 방문객은 13%(87만명) 늘었다. 화랑을 통한 미술품 판매 금액도 2021년에 비해 아트페어와 같은 비율로 성장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높아진 산은 이미 길고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트페어들은 침체 국면이 완연하다. 경매시장 낙찰총액 역시 2021년에 비해 32.4% 급락했다는 소식이다. 국내뿐 아니다. 크리스, 소더비, 필립스 등 해외 3대 메이저 경매시장의 매출도 15%가량 하락했다.


젊은 작가들의 매출 하락폭은 이보다 더 크다. 단기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던 NFT미술시장 역시 신기루처럼 갑자기 거래가 실종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냉각되었던 미술시장에 대한 씁쓸한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요즘이다.

물론 직접적 원인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연이은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국제정세의 불안을 꼽을 수 있겠다. 미술시장은 경기변동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시장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외부상황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침체기조는 언젠가는 겪어야 할 필연으로 보인다. 미술품을 투기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속물적 인식, 유행에 편승한 영혼없는 투자 행태에 대해 이미 수많은 지적이 있어 왔다. 단지 그 시기가 너무 빨리 온 것이 다소 당황스러울 뿐이다.

주지하다시피 미술시장의 정착은 결코 투기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가히 광풍이라고 할 만한 지난 2∼3년간의 미술시장 성장세는 반드시 조정을 필요로 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MZ세대, 그중에서도 디지털 원주민(native)으로 불리는 Z세대다. 그들은 과연 단지 한때의 유행을 좇아 혹은 투기를 위해 부나방처럼 미술시장에 뛰어들었던 것일까?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Z세대는 글로벌한 감성의 정체성과 취향 중심의 경험적인 느슨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유튜브와 같은 각종 소셜미디어로 연결된 그들의 글로벌 성향은 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분명 기성세대와 차이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들에게 미술 시장 혹은 관람은 더 이상 ‘해외토픽’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다. Z세대에 미술은 그 자체로 하나의 놀이공간이자 미디어 혹은 플랫폼이다. 요컨대 글로벌한 일상의 취향으로서 미술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거다.

Z세대는 또한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 즉 ‘가심비’를 중시한다. 물건 구매 시 원하는 것을 원하는 타이밍에 사면서 동시에 추구하는 가치까지 고려한다. 이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면서 이따금씩 과시형 소비를 통해 욕망을 충족했던 밀레니얼 세대와 다른 점이다. 이러한 견해를 전적으로 받아들인다면 Z세대가 구매력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몇 년 후부터는 최근 급격하게 늘어났던 과시형 미술품 구매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특히 이전 세대의 ‘취향존중’ 경향이 Z세대에 이르러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핫’한 가수나 아이돌은 있지만 세대 대다수가 좋아하는 이른바 ‘대세’는 없다. 문화에 있어서 주류와 비주류 혹은 메이저와 마이너의 구분도 큰 의미가 없다.


이러한 그들이 일단 관심을 가졌다면 그 이전 세대와는 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본다. 비록 처음에는 투기성 짙은 의도로 미술시장에 접근했을지라도 종국에는 취향이 형성될 것이다. 소수의 취향도 존중하는 세대가 있어 미술시장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김선영 홍익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ㆍ전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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