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부 들어 말실수가 유난히 눈에 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바이든-날리면’ 논란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외교 무대에서 다른 국가의 적을 스스로 지정해주는 실언을 했다. 부랴부랴 대통령실에서 나서 발언의 취지는 그게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파장은 커진 뒤였다. 더욱이 상대국의 적으로 규정한 국가는 상대국보다 먼저 우리나라와 수교했고, 지난해 수교 60주년 기념행사까지 치른 나라였다. 설령 두 나라가 적대적 관계에 있다고 한들, 제3국인 우리가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태원 참사와 관련 적절치 않은 발언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한 총리는 지난해 11월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통역장비에 문제가 생기자,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주최자가 있는 10만명 정도 모이는 행사였다면 경력을 얼마나 투입했을 건가’라는 질문에는 미국 야구 라이벌팀의 경기를 사례로 들기도 했다. 아무리 분위기 환기 차원이라도 150명 넘게 사망한 참사를 두고 내뱉을 농담이나 비유였는지 의문이다.
이상민 장관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참사 발생 직후 첫 합동브리핑에서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다”고 언급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달 국정조사 때는 참사 당일 85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한 데 대한 지적에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고 답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수습도 매끄럽지 않다. 바이든-날리면 논란은 실체 규명도 없이 외교부가 MBC를 제소하면서 사태를 오히려 키웠고, 적성국 발언은 외교적 마찰로 번지고 있다. 한 총리와 이 장관은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를 했지만, 참사에 대한 책임을 여전히 미루고 있다. 아니, 법적 책임 여부를 아직도 가리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하겠다.
얼마 전 충남 서산 부석중학교 길준용 교장이 정부의 훈장을 거부한 일이 화제가 됐다. 길 교장은 지난해말 교육부로부터 녹조근정훈장 공적조서를 올리라는 공문을 받고 고심한 끝에, 포기이유서를 대신 보냈다. “훈장을 주는 사람 이름이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 같다”는 이유였다. 녹조근정훈장증에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행정안전부 장관 이름이 병기된다. 길 교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쳐야 그 잘못이 가벼워지는 것이지, 덮으려고 꼼수를 부리면 일이 더 커지게 되고 더 큰 화로 돌아온다”고 교육관을 소개했다. 피갈회옥의 교육자라 칭할 만하다.
산업2부장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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