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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칼럼] 월스트리트를 이긴 아마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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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2-03 06:00:27   폰트크기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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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지난달 30일 블룸버그는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분석 기사를 통해 ‘주택 경기 침체 국면 속에서 월스트리트가 아마추어 투자자에 패배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대표적 사례로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 융합) 기업 오픈도어가 2022년 31세 이라크 이민자로부터 26만5000달러에 사들인 주택을 소개했다. 해당 주택의 가격은 현재 오픈도어 사이트에서 21만8000달러까지 내려갔다. 매입가 대비 17.7%의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2014년 창립한 오픈도어는 AI(인공지능)를 이용해 부동산을 매매하는 언택트 부동산 시장의 선두주자다. 미국은 판매자가 집을 리모델링한 후 지역 중개사를 통해 입찰 형식으로 구매자를 찾는데, 오픈도어와 같은 ‘아이-바잉(i-buying)’ 서비스를 이용하면 즉시 거래가 가능하다. 심지어 오픈도어는 현금으로 주택을 구매한 후 구매자에게 모기지 대출까지 중개해준다.

자본 6조원을 손에 쥔 이 실리콘밸리의 기린아는 2021년 미국 부동산 거래 시장의 1.3%를 가져갔고, 높은 성장 가능성에 주가는 폭등을 거듭했다.

하지만 주택시장의 침체는 오픈도어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데이터회사 인포메이션마켓에 따르면 오픈도어가 작년 4분기에 판매한 주택의 89%가 구매 가격보다 평균 12% 낮게 거래됐다. 결국 작년 12월 창업자인 에릭 우가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내려왔다. 지난해 3분기 순손실만 9억2800만달러(약 1조1800억원)에 달했다.

투자의 원리는 간단하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오픈도어는 집값을 예측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모델링할 월스트리트의 양적 분석가(quants)들을 대거 고용했다. 날고 긴다는 그들도 40년 만의 금리ㆍ인플레이션 동시 상승장에서 나타난 집값 하락을 맞추지는 못했다. 오픈도어는 성명서를 통해 “시장의 변화를 예상했지만 전례 없는 속도와 규모였다”고 토로했다.

지금까지의 상황에 대해선 블룸버그의 평가가 맞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가 간과한 부분이 있다. 다가올 미래다.

오픈도어가 목표한 북미 부동산 시장 규모는 2000조원에 달한다. 오픈도어는 북미에서 시장 점유율 4%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바잉 시장은 해마다 4배씩 성장해왔고, 구매자들의 관심도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가 바닥을 치면 오픈도어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더욱이 오픈도어는 주택 구매 외에 리모델링, 금융 비즈니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오픈도어는 급격한 집값 하락의 장에서 체결한 계약을 취소하는 대신 이행하는 쪽을 택했다. 그 이유에 대해 “고객의 신뢰가 최우선”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재의 막대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나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때를 기다리며 지금은 상처를 핥겠다는 결의다.

자본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시장에 혼란이 오면 정부는 규제를 풀기 마련이고, 이 시기에 자본은 독과점의 사슬을 벗어나기 쉬워진다. 혼란이 지나가면 시장 양극화는 심화한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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