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홍샛별 기자]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수천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국내 건설사가 수행 중인 사업장의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년 간 불안정한 튀르키예 정세로 인해 건설사들의 튀르키예 진출 의지가 급격하게 꺾이면서, 현지 발주처로부터 수주한 사업장 수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해외건설협회는 튀르키예 강진이 발생한 6일 오후 국내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강진에 따른 현지 사업장 피해 상황을 전달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해건협 관계자는 “튀르키예 지진과 관련해 사업장이나 인력 피해 등을 접수 중인데, 아직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여진에 따른 피해 상황을 계속 지켜볼 예정”이라면서 “튀르키예에 진출한 건설사 수 자체가 많지 않고, 대형 사업장이 없어 다행이다”고 설명했다.
한국 건설사의 튀르키예 진출은 2017년 이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기이한 행보와 연관이 깊다.
전 세계적으로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할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쳐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부작용을 낳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이스라엘, 이라크, 시리아 등 중동 국가들과 외교적 충돌을 서슴지 않아, 수년간 정세도 급격히 불안정해졌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튀르키예 정세가 흔들리면서, 건설사의 진출 환경도 비우호적으로 형성됐다”며 “내전이나 인접국과의 무력 충돌도 많아 인력 파견도 많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튀르키예에서 진행 중인 국내 건설사의 대표 사업장으로는 삼성물산의 가지안텝 병원 프로젝트가 있는데, 해당 현장과 관련한 삼성물산의 피해는 없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해당 사업의 시공은 현지 튀르키예 업체가 수행 중”이라면서 “삼성물산 직원들은 이스탄불 사무소에서 근무 중이며, 지진 발생 지역과 거리가 멀어 피해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그룹 계열사 물량 공사도 2건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터키 생산법인을 통해 무선공장 건설 공사를 수행 중이며, SK에코엔지니어링은 튀르키예 마카사르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지만 현재는 홀드(대기 중)된 상태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해당 사업장은 공정률이 0%로 사실상 현장에 나가 있는 인력이 없다”며 “공사가 시작되기 전 장비 등을 동원하는 단계이거나, 아예 사업 자체의 진행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완공한 프로젝트와 관련한 피해도 아직 발생한 바 없다.
SK에코플랜트와 DL이앤씨가 작년에 완공한 ‘차나칼레 대교’와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시공한 ‘보스포러스 제3대교’의 경우 강진 피해 지역과는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홍샛별기자 byul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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