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오진주 기자] 전세사기가 임대차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전세대출이자 부담으로 전세 수요가 줄어들고, '빌라왕' 사건까지 터지면서 월세를 택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임차인을 위한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임차in(인)'을 운영하고 있는 프롭테크기업 '아이엔'의 강우진 대표(사진)는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을 이끄는 운영자이자, 스스로 빌라를 지어 팔아보기도 한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다. 빌라왕 사건 전부터 전세사기에 대해 경고했던 강 대표는 이제 임대차 시장을 넘어 중개와 관리까지 부동산산업 전반을 한 궤에 뚫을 수 있는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 임차in은 어떤 앱인가?
작년 5월에 출시됐다. 임대인의 이름을 검색하면 리스트와 대조해 여부를 알려주는 방법으로 악성임대인을 판별하고 있다. 이달 악성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이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현장에서 명단을 볼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임차in은 세입자모임 카페로 들어온 제보를 통해 자체적으로 악성임대인을 검증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전세반환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거주 중에 집주인이 변경되면 즉시 알려준다. 임대차 계약 신고부터 확정일자까지 앱에서 해결할 수 있다.
▲ 앱 개발 과정은?
건설사와 공공기관에 재직하다 건설업에 뛰어들어 빌라를 지으면서 비정상적인 거래를 많이 봤다. 현장에서 이를 보면서 회원 수 1만7000명이 넘는 세입자모임 카페를 운영하게 됐다. 지금도 카페에서 직접 상담하고 있다. 전세사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세입자 모임은 피해자 모임이 됐고,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롭테크 기술을 이용해 정보의 비대칭을 깨고 싶었다. 임차in은 3년 전부터 기획됐다.
▲ 전세사기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아파트는 분양 공고도 띄우고 청약홈에서 청약도 받는다. 마케팅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셈이다. 소형 주택은 그런 길이 없어 짬짜미로 만들어 분양한다. 이들을 제도권을 끌고 오는 것이 중요하다. 부동산계약서 검인제도라는 것이 있다. 공동주택 30가구 미만 등 준공 전 주택이 대상이다. 거래 신고 대상이 아닌 이들 주택은 신고를 제대로 안 하다 보니 시스템에 노출되지 않는다. 이런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 등 전세사기의 뿌리부터 찾아야 한다. 빌라도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좋은 상품이다. 나쁜 사례를 정상화하는 게 최종 목표여야 한다.
▲ 정부의 전세사기 종합대책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대책이 지금이라도 나와서 다행이다. 다만 예상되는 문제도 있다. 보증보험 조건을 강화하면서 가입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 수 있다. 보증에 가입하지 못하면 어떤 세입자가 들어오겠나. 그럼 기존에 계약했던 주택은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벼랑 끝으로 몰려 경매로 이어지는 주택이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 향후 계획은?
깡통전세를 해결하는 게 앱의 전부는 아니다. 지속가능해야 한다. 지금은 임대차 시장에서 소외되는 쪽이 임차인이기 때문에 임차in을 우선 내놨다. 중개사를 위한 플랫폼 '중개in'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중개사 입장에서는 거래 금액이 크다고 해서 서류를 많이 준비하는 건 아니다. 금액이 적은 거래에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중개사의 업무가 편리해지면 거래 금액이 적은 임차인이 소외되는 일도 적어질 것이다. 중개사에게 매물 분석 리포트를 제공하고, 중개인과 임차인을 매칭하는 등 중개업무의 수준을 끌어올리려고 한다.
중개 이후에는 '관리in'도 있다. 현재 의무 관리 대상이 아닌 소형 주택은 관리비 항목 주먹구구고 데이터 추적도 안 된다. 관계 기관과 협업해 한 장짜리 고지서를 만드는 방법도 구상 중이다. 임차인이라고 영원히 세입자는 아니다. 임대인이 될 수도 있고 중개인이 될 수도 있다.
오진주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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