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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탁자인 신탁회사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신탁회사에게 이행을 청구하거나 강제집행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A: 신탁이 다양한 사업에 도입되면서 신탁회사가 수탁자로서 계약의 당사자로 등장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강제집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신탁회사와 계약을 체결한 경우 신탁회사를 상대로 이행을 청구하거나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가능한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수탁자에 대하여 계약상 이행청구권을 보유한 자는 수탁자를 상대로 이행청구를 하는 것이 가능하며, 집행권원을 확보하여 수탁자가 보유한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도 가능합니다. 다만 계약 내에 수탁자의 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이 존재하는 경우 그 계약 내용에 따라 제한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탁법 제22조는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강제집행 또는 경매를 할 수 없다고 선언하면서도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 또는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하는 권리에 기한 경우를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탁회사가 특정한 신탁재산의 수탁자로서 체결한 계약의 상대방은 위 조항의 단서가 정한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를 갖는 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즉, 수탁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집행권원을 받은 후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개시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본 집행이 가능한 이상 사전에 보전처분으로서 가압류나 가처분을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게다가 대법원은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채권을 가지고 있는 채권자는 신탁법 제22조 단서에 따라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칙적으로 수탁자의 고유재산에도 집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다31883, 31890 판결). 따라서 원칙적으로 수탁자는 신탁사무 처리 중 체결한 계약상의 의무를 신탁재산은 물론 고유재산으로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나 신탁재산을 신탁계약이 정한 목적에 따라 관리 혹은 처분하는 관리자에 불과한 수탁자는 위와 같은 채무를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것을 기피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의무를 부담하지 않거나 책임의 범위를 제한하는 조항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양자로서 신탁부동산에 대한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유권이전등기를 이전하는 것 외에 매도인으로서의 실질적인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두거나, 도급인으로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공사대금을 신탁재산을 한도로 혹은 신탁재산 중에서도 현금 범위 내에서만 책임진다고 규정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전자의 경우 매도인의 하자담보 책임 등이 문제되는 경우 수탁자는 아예 청구의 상대방이 될 수 없고, 후자의 경우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 자체는 부담하나 신탁재산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실질적인 집행으로 나아가기 어렵게 됩니다. 후자의 경우 수탁자는 신탁재산 혹은 신탁재산 중 현금을 한도로 공사대금 얼마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지는데, 이러한 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강제집행을 하려면 강제집행의 대상이 신탁재산 혹은 신탁재산에 포함되어 있는 현금이라는 점을 소명해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수탁자가 계약의 당사자가 되었다고 하여 그 계약이 일반적인 계약과 본질적으로 다른 계약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계약에서 그러하듯 계약에서 수탁자에게 이행의무를 부과하지 않거나 이행의무를 부과하는 경우에도 책임 범위를 제한하는 조항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계약의 효력에 따라 수탁자에 대한 청구 혹은 강제집행에 제한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송한사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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