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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냉난방비 부담 덜어줄 ‘그린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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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3-03 13:42:53   폰트크기 변경      

정부가 에너지요금 인상 속도를 조절할 뜻을 밝히고 날씨도 풀리면서 국민적 현안으로 떠올랐던 ‘난방비 파문’이 잦아드는 모습이다. 하지만 냉방 수요가 늘어나 전기요금이 부담이 될 여름이 머지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보기에는 이른 것 같다.

가스와 전기는 생활 필수재이기 때문에 절약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해법은 ‘합리적 절약’인데,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린리모델링이다. 그린리모델링은 단열이나 창호 교체 공사,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리모델링을 말한다. 지은 지 오래된 건축물을 이렇게 손보면 에너지 소모량이 30% 정도 줄어든다. 냉난방비를 절약하면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도 줄이는 유용한 방안인 셈이다.

온실가스는 태양 에너지는 흡수하는 반면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에너지는 가둠으로써 대기 온도를 높인다. 더워진 대기는 한파와 같은 이상기후를 심화시키고 한파를 견디기 위해 난방을 많이 하면 온실가스도 덩달아 늘어나 이상기후가 심해지는 악순환이 빚어진다. 지난 연말 연초의 북극한파와 작년 여름 수도권에 몰아쳤던 집중호우처럼 이상기후는 지구촌의 당면 과제가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그린리모델링은 기존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개선하여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우리나라의 대표 정책이다.

우리나라는 재작년 유엔 기후당사국총회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도 대비 40% 감축하기로 약속했다. 그린리모델링은 국제사회에 한 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노후 건축물이 많은 우리나라 현실도 그린리모델링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작년 3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건축물 현황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건축물은 주택용과 비주거용을 합쳐 680만 여 동에 달한다. 이 가운데 64%인 435만 7000여 동이 ‘노후건물’의 기준인 준공 후 20년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준공된 지 35년이 지난 경우도 231만여 동에 달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노후 건축물이 많다.

이렇게 낡은 건축물을 계속 사용하면 갈수록 에너지 효율은 떨어지고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2025년부터 공공 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의무화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당장 올해부터 그린리모델링 대상을 기존의 국공립 어린이집, 보건소 등에서 경로당, 경찰서, 도서관 등으로 확대했다.

공공 건축물 그린리모델링은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임을 감안해 국비와 지방비를 지원하고 있다. 반면 민간 부문은 에너지 효율 개선 공사를 금융기관의 대출로 진행할 경우 이자를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2014년부터 시행된 이자지원사업은 그 간의 누적실적이 7만 건이 넘는다. 2020년과 2021년만 해도 연간 이자지원신청이 1만 2000여 건에 달했지만 작년에는 금리 인상과 부동산 거래 감소의 여파로 8000여 건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노후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민간부문 그린리모델링이 반드시 활성화돼야 한다. 특히 에너지 효율이 낮은 사무용 빌딩 같은 낡은 비주거 건축물은 그린리모델링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크게 줄이고 생활 환경도 개선할 수 있다.

그린리모델링의 이점은 에너지 효율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 낡은 시설을 새롭게 교체하면 건물 가치도 높아져 건축주의 전체적인 삶의 질까지 향상되기 때문이다. 그린리모델링은 실내공기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큰데, 리모델링을 통해 거주자의 호흡기 질환이나 알레르기, 천식 등을 최대 25% 줄일 수 있었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도 보고되어 있다.

관리원은 이처럼 다양한 이점을 지닌 그린리모델링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우선 3%인 민간 이자지원율을 4%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동주택 중심의 그린리모델링을 단독주택과 비주거 건축물로 확대하는 한편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우수사업자 선정 및 지원도 늘일 방침이다.

한파와 난방비 폭탄으로 어수선했던 겨울을 보내고 3월을 맞이하면서, 실생활과 관련한 다양한 이익을 가져다주면서 지구환경 보호의 출발점 역할도 하는 그린리모델링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해본다. 


김일환 국토안전관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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