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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 칼럼] 광주 사고 후 레미콘 산업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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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3-06 05:00:25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 최지희기자] 작년 1월11일 오후 3시45분경, 광주 서구 화정동의 신축 주상복합건물이 38층 타설 중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근로자 6명이 사망했다.

사고의 근본 원인은 콘크리트였다. 저품질 레미콘을 사용한 콘크리트의 강도가 떨어져 코어(중심부)와 외벽만으로 하중을 견디던 건물의 붕괴로 이어진 것이다. 지역 중소사로부터 납품받은 뻑뻑한 레미콘을 고층부 타설에 사용하려다 보니, 제품에 물을 타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고, 굳지도 않은 채 올라가던 건물은 크레인과의 작은 충돌로도 모래성처럼 내려앉았다.

콘크리트는 시공상 문제도 극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재료인데, 재료 자체에 문제가 있으니 시공상 조금만 틀어져도 큰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경찰은 이 사고의 책임을 물어 시공사ㆍ감리ㆍ하도급사 관계자 18명을 입건했다. 시공사는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그렇다면 불량 레미콘을 납품한 지역의 10개 레미콘사는 어떻게 됐을까.

이 중 8개 토박이 레미콘사들은 과거에도 저품질 제품 생산으로 지적을 받았던 곳이었지만 경고성 처분만 받고 지나갔다. 이유는 불량 제품을 생산한 제조사보다 해당 제품을 사용한 시공사에 책임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것을 시공사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연간 8조원 규모의 국내 레미콘 산업은 생산 업체가 많다는 이유로 중소기업이고, 그래서 정부의 보호를 받는다.

심지어 조달청이 관급 계약제도를 빌미로, 레미콘협동조합을 단독 입찰자로 인정하며 지역 카르텔을 유도하고 있다.  품질 경쟁이 아닌, 카르텔 진입 여부로 매출이 결정되는 기형적인 산업인 셈이다. 

아무리 품질이 우수한 제품이 시장에 나와도,  또는 특정 제조사 제품이 불량으로 유명해도 건설사는 선택 권한이 없다.  건설사가 제2의 광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겨울용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싶어도,  지역 카르텔에 가로 막힌다.   만에 하나라도 지역 카르텔을 흔들면 레미콘 공급이 전면 중단되는 혹독한 대가가 따르기 때문이다. 제조 후 90분 안에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 레미콘의 제품 특성은 시장 수요자를 ‘을’로 만들었다. 


불량 레미콘으로 6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이 정도면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업계 차원에서 품질 강화 선언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도 사고 발생 두 달 후 2개 지역 레미콘연합회는 ‘광주 사고로 생산 단가가 올랐으니 가격을 올려 달라’는 공문부터 발송했다. 정부의 감시 강화로, 이미 있는 품질 기준을 지키기 위해 원가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사고 후 1년 간 지역 레미콘사들의 실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됐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레미콘사도 있었지만, 지역 노조와 결탁해 건설사에 불량 제품을 강매한 레미콘사들도 존재했다.

또 2중 회계장부를 만들어 원가를 조작했다는 내부 증언도 나왔다. 그럼에도 기사화를 보류했던 것은 노조의 운송 담합에 의한 지역 업계 전체의 고충이 우선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노조의 장막이 걷히고 있다. 이제는 전국 1085개 레미콘 제조 공장의 시멘트ㆍ골재 수급 실태를 살펴보고,  관급 레미콘 제도의 근본 취지를 짚어볼 시점이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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