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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용의 건축미(美)인 탐구] 마을의 역사 존중한 산 후안 카피스트라노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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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3-09 08:00:13   폰트크기 변경      

산 후안 카피스트라노 도서관/사진=홍성용 건축가 제공


콜롬버스의 인도를 향한 탐험 이후 서구인에게 처음 드러난 아메리카는 그들에게 별천지였다. 마땅히 경제적 부흥이 없던 포르투갈이나 스페인등 이베리아 반도 국가들부터 여타 유럽제국들에 의한 점령 경쟁이 벌어졌다.


권력도 종교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유럽인들이 점령한 장소들은 이름이 지어졌다. 샌프란시스코는 성 프란시스코 카톨릭 성인의 이름이고, 샌디에고 역시 성 디에고 데 알칼라 라는 성인 이름이다.

대표적으로 카톨릭 신부 세라는 캘리포니아의 태평양 연안을 따라 여러 곳에 수도원과 성당을 건설했다. 그중 산 후안 카피스트라노라는 작은 도시의 수도원 역시 이런 역사의 흔적이다. 1776년 건축된 수도원과 성당은 척박한 풍토에 세워진 것으로 원주민들의 헌신과 봉사가 함께 한 익명의 건축이다. 전쟁과 지진에도 버티면서 1782년 증축과 지속적인 보수를 거치면서 과거의 모습을 남겨뒀다.


이는 오늘날 캘리포니아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중정을 둔 전형적 'ㅁ'자형태의 평면을 가진 수도원은 화려하지 않지만 종교건축이 보여주는 경외로움을 체험하게 만든다. 진흙과 돌, 목조로 구성된 소박함이 예수회 수도회의 신앙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특히 그레이트 스톤으로 불리는 성당은 화려하고 웅장한 유럽의 성당처럼 건축적으로 완전하지 않고, 거칠고 투박하지만 인간이 만들어내는 구조물의 경이감이 있다. 비록 지진으로 대파돼 건물의 벽체와 일부가 남아 있지만, 현재 캘리포니아의 가장 오래된 건축의 하나로 보존대상이 되고 있다.

300년의 시간을 지나면서 한 장소의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후손들 또한 이런 가치를 인정해주고 있다. 가치의 시각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 이 지역 일대는 건축적 코드를 산 후안 카피스트라노 미션과 성당에 맞추고 있다.


이런 일관된 유형을 느끼게 하는 건축적 시각화를 전문 용어로 문맥(Context)이라고 말한다. 도시가 문장이나 글이라면 매끄럽게 읽혀나가야 하는 의미다. 당연히 이 도시의 신축 공공건축 뿐만 아니라 민간 건축 또한 건축코드를 적용받는다.

수도원 바로 뒤에 세워진 미국 건축 협회상(AIA award)을 수상한 도서관은 과거를 재해석해서 디자인 됐다. 포스트모더니즘 대표주자인 마이클 그레이브즈 설계의 도서관은 중정과 연못을 은유한 미션의 평면 구성을 그대로 차용했다. 1981년 지역내 최초의 공공건축으로 국제공모를 통해 당선된 건축으로 지역의 역사성을 마이클 그레이브즈 시각으로 해석한 점을 인정 받았다.


그는 “교회가 신의 성전이라면 도서관은 배움의 성전이 돼야 한다”는 철학으로 사색의 시간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고민했다.


빛과 기하학적 형태를 재구성했고, 건축의 형태와 손잡이에 이르는 작은 디테일에 일관성을 부여했다. 시는 건축사의 이런 시도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서 완벽한 마이클 그레이브즈 해석의 산 후안 카피스트라노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도서관 실내의 테이블, 의자, 램프, 조명기구, 책장에 이르기까지 온전한 마이클 그레이브 자체로 완성됐다. 철학이 스며든 영혼의 건축으로 완성한 것이다.

공공건축이야 말로 후대의 유산으로 디자인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점을 산후안 카피스트라노 도서관은 보여준다.


홍성용 NCS lab 대표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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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부
안재민 기자
jmahn@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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