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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엔지니어링 지자체판 종심제 도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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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3-14 06:00:18   폰트크기 변경      
행안부, 민관합동 TF서 종평제 도입 논의…“혼탁해진 시장에 기름 붓는 격”

[대한경제=백경민 기자] 행정안전부가 건설엔지니어링사업 평가에 종합평가낙찰제(이하 종평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가계약법상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를 지방계약법에도 도입하겠다는 것인데, 업계는 종심제로 혼탁해진 시장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23일 행정안전부의 지방계약 제도발전 민관합동 TF 분과별 실무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지자체 건설엔지니어링사업에 대한 종평제 도입 논의가 거센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 달 킥오프 전체회의에서 이같은 구상을 밝혔다. 국가계약법에 따른 건설엔지니어링 종심제를 지방계약법에도 도입해 가격입찰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현 입찰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정부와 공기업 등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기본설계 15억원 △실시설계 25억원 △건설사업관리 20억원 이상 건설엔지니어링사업에 종심제를 적용하고 있다. 기술점수와 가격점수를 합산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업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현 종심제가 기술력 중심의 평가체계 구축을 내세운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할 만큼 영업 경쟁으로 얼룩진 마당에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실제 업계는 지난해부터 종심제 개선에 사활을 걸었다. 기준금액을 높이고 난이도를 적용해 종심제 적용 물량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지난해 연말에는 기획재정부의 제도 개선 움직임이 더디자 주요 건설엔지니어링사 30곳을 중심으로 정부에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종심제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끊임없이 뒷돈을 건네고 발주기관 출신 OB 영입에 안달이 나 있는데, 종평제 도입은 업계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지자체 출신 공무원들 몸값만 높이게 될 테고, 영업력이 뒷받침되는 대형사와 이미 지자체 OB들을 여러 명 보유하고 있는 곳들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달 발표한다고 하던 기재부 계약제도 개선방안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라며 “더 큰 문제는 그 안에 담길 종심제 개선 방향이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어서 그 효과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지자체 종평제 도입 시 업계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가 추산한 종심제 입찰에 따른 행정 비용은 PQ(사업수행능력) 대비 20배를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PQ 준비를 위해 투입되는 비용은 평균 403만원인 데 반해, 종심제는 무려 8624만원에 달했다. 종심제 관련 자료 작성기간도 평균 37.5일로 PQ(5.6일)에 비해 6배 이상 소요됐고, 투입 인원은 4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특히 상위 40개사의 종심제 수주율이 절대적인 점을 감안하면, 업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실제 국토교통부 지방국토청과, 국가철도공단,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주요 발주기관의 지난해 종심제 수주율은 9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자자체 발주 물량을 감안한 종평제 발주 예상 물량은 약 286건, 9100억원 수준이다. 업계 추산대로라면 9000억원에 달하는 지자체 사업이 수주 상위 업체에 집중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또다른 관계자는 “한때 국토부가 종심제 개선 차원에서 간이 종심제를 도입하려는 엉뚱한 방향을 세운 적 있는데, 지자체 종평제도 이와 다를 바 없다”며 “전체 수주의 60~70%가 지자체 사업인 곳들도 적지 않은 상황에 영업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곳들은 모두 말라 죽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경민기자 w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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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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